佛 상티니 외국 CEO 설득 투자 유치 獨 로 멜 공약 반드시 지켜'25년 연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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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각국에서 '희망의 도시'를 만들어낸 시장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주민과 함께 발로 뛰었다.'고객 만족'이 행동지침이었다.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놓고 이를 실천하면서 투명 행정,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프랑스의 이시레물리노시를 살려낸 앙드레 상티니 시장은 세계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국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1980년 그가 시장을 맡을 당시 이시레물리노시는 파리에서 밀려난 혐오시설이 가득해 모두가 기피하는, 희망없는 도시였다. 그러나 그는 20여년간 기업체를 꾸준히 유치했고, 이제는 코카콜라·존슨앤드존슨·휼렛패커드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자리잡게 됐다. 이를 위해 유해 산업 공장을 사무실로 바꾸는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실천했다.'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주민들의 의견도 경청했다. 유럽연합(EU)은 이시레물리노시를 '지방정부와 시민네트워크 강화 모범도시'로 선정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를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키워낸 만프레트 로멜 전 시장은 '정직과 소신'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며 25년을 연임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한번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켰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그 자리에서 "노"라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미에(三重)현 기타가와 마사야스(北川正恭)지사는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스스로 견제하기 위해 '주민과의 정보 공유'라는 방법을 택했다. 처음엔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그는 "고객 만족을 위한 전제조건은 정보 공개"라며 사소한 사안도 주민들에게 알리고 협의했다. 시간이 흐르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자치에 참여하면서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지출이나 고압적 자세가 사라졌다.

현실성 없는 어설픈 개혁으로 크게 망한 시장도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시는 90년대 초 시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주민들의 세금을 10년에 걸쳐 계속 올렸다. 이 바람에 중산층이 모두 떠나 오히려 재정이 파탄하는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일본 훗카이도(北海道) 아시베쓰시에선 탄광마을을 관광도시로 바꾸기 위해 시장이 직접 최대 주주이자 회장으로서 '캐나디언 월드'라는 테마공원을 만들고 52억엔(5백여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없어 주민 모두가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연세대 홍정선(洪井善·법학과)교수는 "외국의 모범적 단체장은 오랜 시간 주민과 함께 하며 느낀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놓고, 공약을 투명하게 실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선거 관련 기획회사가 그럴 듯한 공약을 공산품처럼 만들어 내고, 후보들이 이를 맹목적으로 외우지만 선거만 끝나면 관심을 갖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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