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응원' 사회자본화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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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드컵 D조 한·미전은 우리에게 두 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해 주었다. 한국 축구의 밝은 앞날이 그 하나다. 국민 대통합과 선진 시민의식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붉은 악마식 거리응원 문화가 다른 하나다.

경기가 열린 대구는 물론 전국의 81개 전광판 앞으로 1백여만명이 몰려나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질서정연하고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경기가 아쉽게 무승부로 끝난 후에도 시민들은 비에 젖은 쓰레기부터 치우며 주변정리를 서둘렀다. 우려했던 반미시위나 그 어떤 불상사도 없었다.

이 성숙한 국민적 거리응원 축제는 이번 월드컵 '최고의 명물'로 세계가 놀라고 있다. 90분 내내 한시도 그침이 없는 응원의 열도(熱度)에 놀라고, 그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함,그리고 무엇보다 자연발생적이고 자발적인 응원이란 점에 더욱 놀라고 있다. 우리가 축구공을 놓고 이렇게 똘똘 하나로, 뜨겁게 뭉칠 수 있었는지 우리 자신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이 국민적 열정과 에너지는 맹목적 애국심에서 발동되는 그 흔한 집단적 광기나 히스테리는 결코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우리의 역동성과 저력을 과시한 것이며 이를 사회자본 삼아 또 한 단계 국가적 도약으로 이끌 수 있는 성숙한 역량과 시민의식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따라서 모처럼 결집된 이 국민적 열정과 에너지를 한 때의 '기적'이나 거품으로 사그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16강에 오르든 오르지 못하든 성숙한 응원문화는 지속돼야 하며 월드컵 폐막 이후에도 우리의 국제적 도약을 위한 사회자본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한국 특유의 신바람 문화를 여기에 접목해 우리의 자신감과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대외투명성-생산성-국가신인도 향상의 선순환을 통해 우리 경제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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