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266만개 위력 … 1100㎞ 밖 방콕서도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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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가 큰 것은 지진에 의해 발생한 해일 때문이었다. 진도 8 이상의 지진은 전 세계적으로 10년에 한 번 정도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강한 것이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그보다 강한 8.9로 1995년 일본 고베지진에 비해 약 1000배 정도 강한 것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266만개의 위력에 해당한다. 이런 해저 지진은 지역에 따라 강력한 파괴력을 가져 높이 수m~수십m의 파도를 만든다.

인도네시아와 인도.스리랑카.몰디브 등도 진앙지에서 수십~수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피해를 본 것은 지진 해일의 파괴력이 가공하기 때문이다. 진앙지에서 1100여㎞ 떨어진 태국 방콕서도 진동을 느꼈다.

46년 알류산의 우니막이라는 섬에 내습한 높이 30m의 지진 해일은 지상에 설치된 18m의 철근 콘크리트 등대를 일격에 무너뜨렸다. 64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지진 해일에 밀려온 나무토막이 자동차 타이어를 관통하기도 했다. 10~20m 높이의 지진 해일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그 해일이 미치는 지역도 수천㎞로 광범하다.

남아메리카인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 해일은 일본의 동해안에까지 피해를 줄 정도다. 만약 동해에서 이 정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일본의 서부와 우리나라의 동해안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칠레에서 지진 해일이 발생했다면 18~20시간 정도면 일본 동해안에 도착한다. 동해의 일본 쪽에서 발생했다면 1~1시간30분 정도면 한국 동해안에 해일이 밀어닥친다.

지진은 지구의 핵을 뒤덮고 있는 액체와 비슷한 유동물질인 맨틀에 덮여 있다. 그 위에 인류가 살고 있는 지각이 있다. 문제는 지각이 유동물질에 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지각은 12개의 판으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판끼리 부딪치는 곳에는 지진과 화산이 빈발한다. 지진이 땅 위에서 일어나면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피해를 본다. 지진이 해저에서 일어나면 지각판끼리 부딪치고 함몰되면서 바닷물 전체가 일렁이게 된다. 이번 해일은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박사는 "이번 지진 해일은 벵골만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수마트라섬이 막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태평양 쪽으로는 확산되지 않았다"말했다.

지진이 일어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해역은 유라시아판과 호주.인도판이 부딪치는 곳이다. 이 부근에서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지진이 일어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관계자는 "환태평양 지진대 상의 1000㎞에 걸친 안다만 단층선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광대한 범위에 걸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분석했다.

최근 5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규모 7 이상의 강진은 약 500회에 이른다. 연평균 10여 차례 꼴이다. 이 가운데 15% 이상이 태평양의 환태평양지진대에서 일어났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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