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인회담 결렬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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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6일 5차 4인 대표회담을 열었으나 국가보안법 문제를 비롯한 4대 법안 등에 대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열린우리당이 27일로 예정된 6차 회담을 일단 취소해 4인 회담이 결렬 위기를 맞았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5차 4인 회담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나흘 동안 회담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여당의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종전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아 더 이상 타협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타협 시한 마지막날인 27일까지 진전이 없다면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도 기자 간담회에서 "회담에서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은 강경해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4대 쟁점 법안은) 사과를 나눠 먹듯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절충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양당이 27일에도 돌파구를 열지 못할 경우 국회는 다시 파행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 1시간30분간의 만남과 결렬=4인은 26일 오후 3시에 만나 1시간30분 만에 헤어졌다. 모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비관적 전망을 토로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회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천 대표는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4인 합의서에 대해 "현재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처리할 만한 게 전혀 없어지는 것"이라며 "그 다음 수순은 국회법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합의 처리가 아닌 표결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27일 열릴 여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내에선 강경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때 보안법에 대한 당론 수정 문제를 검토했던 여당 지도부가 4인 회담 테이블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이 같은 당내 기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타결의 가능성을 남겨놓으려고 했다. "결렬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표는 굳은 표정을 짓긴 했지만 "회담을 길게 하는 날도 있고, 짧게 하는 날도 있다"며 '끝났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여당의) 일부 당내 반발 때문에 결렬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 과거사 법안 입장 차는 줄어=4대 법안 중 과거사 기본법안에 대한 입장 차이는 다소 줄였다. 법안 명칭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기본법안'으로 하고 위원회 활동 기간을 4년으로 하되 2년 연장한다는 데 양당은 의견을 같이했다. 또 논란이 됐던 피고발인에 대한 동행명령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진상 조사기구의 위상과 조사 위원 수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의 입장이 요지부동"이라고 했고, 한나라당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신용호.고정애.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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