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점 5년새 5000여곳 문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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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서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의 서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조사회사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서점들이 매년 30~40개씩 도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산 외에도 매년 서점 1000여곳이 자진해 문을 닫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전국의 서점은 1999년 2만3000개에서 올해는 대략 1만8000개로 줄었다.

도쿄상공리서치 관계자는 "사실상 폐업한 서점까지 포함하면 통계로 드러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5년간 도산한 서점의 85%는 종업원이 10명 미만인 소규모 서점이었다. 서점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전국 서점들의 부채 총액은 87억엔(약 87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서점이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독서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서적과 잡지의 판매 총액은 7년 연속 줄고 있다. 지난해는 2조2200억엔에 그쳤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서점의 '대형화'가 지적되고 있다. 출판사들마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신규 출판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서점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신규 개점한 전국 서점의 평균 매장면적은 650㎡로 3년 전의 1.4배로 커졌다.

게다가 영세서점의 주 수입원이었던 잡지판매는 길거리에 즐비한 편의점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또 2000년부터 등장한 온라인 서점과 중고서적 전문점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서점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서점이 줄어들면서 일부러 먼 대형서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노인들과 젊은이들의 독서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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