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일 좋은 일 있겠다.”
LPGA 투어의 스타 최나연(23·SK텔레콤)은 4일(한국시간) 뉴욕에 사는 친한 언니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언니는 꿈 얘기를 했다. 최나연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 3라운드 경기를 하고 있는 동안 그 언니가 낮잠을 자다 꾼 꿈이었다.
언니의 꿈속에서 최나연은 골프장 그린에서 크리스티나 김(26)과 함께 있었다. 크리스티나 김은 고개를 숙이고 있고, 최나연은 고개를 들어 활짝 웃었다는 것이다. 왜 크리스티나 김이 등장했는지 의아했지만 ‘평범한 꿈이거니’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그날 저녁 크리스티나 김과 최나연이 다음 날 4라운드에서 한 조로 경기를 하게 된 것을 알게 됐다. 깜짝 놀란 언니는 최나연에게 전화를 해서 꿈 얘기를 전했다.
크리스티나 김과 한 조로 경기하면서 최나연은 그 꿈이 좋은 징조일까, 나쁜 꿈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최나연은 우승 뒤 “친한 언니의 길몽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언니 꿈속에 자신은 웃고 있는 반면 같은 조의 크리스티나 김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는 최나연. [실베이니아(미국 오하이오주) AFP=연합뉴스]
최나연은 운이 좋았다. 연장 첫 홀에서 그는 가장 먼 곳(약 6m)에서 첫 퍼트를 했다. “다른 선수들은 3~4m에서 버디 퍼트를 했기 때문에 그중 한 명은 넣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 명의 김씨가 모두 넣을 수 있는 버디 퍼트를 놓쳤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는 그가 1m로 가장 가깝게 붙였다. 최나연보다 먼 곳에서 퍼트한 선수들은 아무도 넣지 못했고, 최나연만 성공시켰다.
최나연은 주니어 시절부터 연장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지난해 2승을 거둬 연장전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졌고 꿈 얘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4라운드에서는 흔들렸다. 김인경과 김송희의 맹추격에 한때 역전도 허용했다. 14, 15번 홀 연속 보기를 하면서 우승은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다. 역시 꿈은 반대라고도 생각했단다. 최나연은 “캐디가 갑자기 먹을 것을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키더라. 그러더니 ‘왜 벌써 포기하려 하느냐. 나는 너의 샷을 믿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이 말에 힘을 얻었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야 했는데 5m 거리의 퍼트 라인이 눈에 쏙 들어오더라. ‘이건 버디야’ 생각하면서 퍼트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성공시켰다.
신지애(22·미래에셋)는 1타 차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호준·문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