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슛, 희망 슛' 신명난 축구 산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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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선 사랑팀의 황선홍(엉덩이 보인 선수)이 골을 넣자 박지성.김남일.신태용 등 동료들이 짓궂게 때리며 축하하고 있다. [인천=연합]

축구공에 담긴 사랑이 강추위를 녹였다. 산타클로스로 변신한 42명의 축구스타들은 열심히 뛰었고, 경기장 스카이박스에 초청된 소아암 투병 어린이 30명과 소년소녀가장 200명은 모처럼 신이 났다.

26일 낮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국내 최고 축구선수들의 뜻깊은 자선경기가 열렸다. 홍명보 장학재단과 인천시가 주최하고 푸마 코리아가 후원한 '2004 푸마 자선 축구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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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대표팀과 프로축구 K-리그 스타들이 주축이 된 '사랑'팀, 그리고 올림픽팀.국가대표팀 선수들로 짜인 '희망'팀이 맞대결했다.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한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선수들은 산타클로스 복장 또는 루돌프 분장(김동진.박주영 등)으로 입장했다. 어린이들은 환호했고, 은퇴한 황선홍.홍명보 선수 등은 선물로 축구공을 관중석에 차 줬다.

이어 지난해 자선경기 기금으로 뇌종양 수술을 받은 이충만(13)군이 시축을 했다.

전반전엔 국가대표팀 전.현 스트라이커 황선홍과 이동국의 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희망팀의 이동국이 전반 5분 홍순학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포문을 열었고, 전반 31분 다시 칼날 같은 헤딩골을 추가했다. 사랑팀 황선홍도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맞섰다. 김남일의 동점골로 1-1이 된 전반 21분 박지성의 역전골을 이끌어내는 감각적인 힐패스를 보였고, 전반 32분엔 문전 논스톱 슛으로 득점을 올렸다.

사랑팀이 선수를 모두 교체한 후반전의 하이라이트는 김병지와 이운재의 페널티킥 대결이었다. 미드필더로 나온 김병지는 후반 22분 희망팀의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이운재를 상대로 성공시켜 K-리그 챔피언전에서의 실축을 설욕했다. 후반 40분엔 사랑팀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골키퍼 이운재가 키커로 나서자 관중은 "김병지"를 연호했고, 김병지는 골키퍼 장갑도 없이 골문 앞에 섰다. 이운재 역시 강한 오른발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는 6-6으로 비겼다. 후반 두 골을 추가해 모두 네 골을 터뜨린 이동국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경기장엔 추위에도 2만2000여 관중이 들어찼다. 경기 후 홍명보 선수는 "지난해보다 더 많이 관중석을 채워준 팬들이 고맙다"며 "특히 어려운 시기에 치러진 경기에 참가해준 선후배들께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장학재단은 이날 입장수익과 TV 중계료 등 2억원을 소아암 어린이 돕기에 기탁했다.

인천=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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