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주변 경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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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는 10일 열리는 월드컵 대 미국전을 앞두고 주한 미국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광화문 일대 경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일 폴란드전 당시 붉은 악마 회원 등 15만여명의 전광판 응원인파가 세종로 일대를 '점거'하면서 미대사관까지 에워싸 적잖이 당황했던 경찰은 미국전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겨울올림픽의 '오노 사태' 등으로 확산된 반미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팀이 패하거나 미국팀의 비신사적인 행동이 있을 경우 흥분한 응원단이 미대사관에 물건을 투척하는 등의 불상사가 일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히 한총련 학생들이 경기장 등에서 반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한총련 지도부와 접촉,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대사관 등 미국 관련 시설물에 대한 경비강화에 나섰다.

경기가 열리는 대구경기장 안팎에 40여개 중대 병력을 배치, 훌리건 난동과 테러 대비에 나서는 한편 미대사관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 응원단 등의 접근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대사관 주변 1백m 이내에서의 집회는 금지돼 있지만 지난 4일 광화문 일대에 운집한 전광판 응원인파가 미대사관 담장까지 밀려들어 경찰 경비병력이 무력화됐었다.

경찰 관계자는 "훌리건 난동은 경기장 내부보다 거리 등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며 "그러나 경기가 낮시간(오후 3시30분)에 열리고 미국 언론 등이 선수와 응원단에게 '한국 국민을 자극하지 마라'는 등의 당부를 해 불상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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