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새 사장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교보문고가 1년 반 만에 새로운 대표를 맞이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주총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한 김년태 전 대표이사에 이어 권경현 전 교보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한 것이다.

매출액이나 조직 규모 면에서 본다면 중소기업 수준인 회사의 대표가 바뀐 데 주목하는 것은 교보문고가 국내 최대의 서점으로서 출판계나 지역문화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일 95년 역사의 종로서적까지 부도가 났기에 한국 서점을 대표하는 교보문고의 상징성은 더욱 커졌다.

신임 권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경영해 갈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교보생명에 비한다면 '구멍가게'에 불과한 교보문고의 대표직을 맡게 된 그가 '큰 물'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살리면서 그룹 이미지 메이커로서 교보문고의 위상을 잘 정립해주기를 바라며 몇 마디 보태고자 한다.

사실 지난 1년여간 교보문고가 보여준 모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컴퓨터에는 채 담을 수 없는 개개 책과 출판사 역사까지 꿰고 있는 오래된 직원들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았는가 하면, 인터넷 교보문고의 할인판매가 상시화되면서 손실분이 커지자 출판사들에 대해 출고가를 더 낮추도록 요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빡빡한 서울 광화문 본점엔 화장품 등 문화상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물건들도 진열됐다. 모두 단순 경제논리에 의한 정책들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서점도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마케팅 원리란 것이 무엇인가. 팔려는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도서관 시설이 형편없는 우리나라에서 서점이란 공간, 책이라는 상품이 갖는 문화적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영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 점을 신임 권대표가 잊지않기를 바라는 게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