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바구니는'보약 꾸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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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포도·토마토를 먹으면 전립선암·유방암·자궁암 예방에 유효'. (2001년 12월 미국 텍사스 A&M 대학)

'검은 나무 딸기(black raspberry)가 대장암 예방에 도움'. (미국 '영양과 암'지 2002년 5월)

'비타민E를 다량 섭취하면 고혈압·신장병 감소'(미국 '고혈압'지 2002년 1월)

과일·야채에 든 항산화(抗酸化)물질로 유해 산소를 없앤다는 것이 이 연구들의 공통점이다. 이런 연구가 국내외에서 붐을 이뤄 연구논문이 매년 수천편씩 나오고 있다.

쇠가 산소의 작용으로 녹슬듯(산화) 우리 몸도 산소로 인해 '녹'이 슨다. 이것이 곧 노화다.호흡으로 들어온 산소는 대사(代謝)과정에서 대부분 소모되나 2~3%는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남는다. 이것이 유해산소(활성산소)다.

유해산소는 성인병과 노화를 촉진시킨다.결국 수명을 좌우한다.공해물질의 증가,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유해산소가 급증해 현대인의 건강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유해산소가 몸에 해로운 것은 강력한 산화작용 때문. 유해산소는 몸안의 세포·단백질·DNA를 손상시켜 세포를 노화시키고 암을 일으킨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함기백 교수는 "한국인에게 많은 위장병도 흡연·음주·자극성 음식 등을 통해 위에서 유해산소가 다량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유해산소 대처법=유해산소를 줄이려면 우선 적게 먹어야 한다. 음식을 소화할 때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식하면 남은 열량이 지방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유해산소가 다량 발생한다.

유해산소 발생과 축적을 억제하는 항산화물질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대표적인 것은 베타카로틴(비타민A의 전단계 물질)·비타민C·비타민E·폴리페놀 등이며 채소·과일에 풍부하다(인제대 식품영양과 송영선 교수). 통상 토마토가 강력한 항산화식품으로 권장된다.

미국 '어그리컬처 리서치'지는 농산물 중 항(抗)산화능력 1위로 자두를 꼽았다. 2위는 건포도, 3위는 케일, 4위는 딸기였다.

미국 스크랜턴대학 연구팀은 과일 중 크랜베리의 항산화력이 가장 높고 다음은 배·적색 포도·사과·체리·딸기·수박·블루베리·바나나·녹색 포도 순서라며 '톱10'을 발표했다(미국 '농업 및 식품화학'지 2001년 12월).

이 조사에서 크랜베리는 채소 중 항산화물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브로콜리보다 항산화물질이 다섯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 포도주가 심장병 예방에 유효한 것도 폴리페놀 덕분. 포도주는 1천분의 1로 희석해도 항산화력이 비타민E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서울대병원 내과 정현채 교수).

한남대 식품영양과 강명희 교수는 "흡연자에게 1백% 천연 포도주스를 하루 두컵씩 마시게 한 결과 유해산소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분당차병원 배철영 교수는 "수확한 지 얼마 안된 제철 과일·야채,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것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또 "항산화물질은 자연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항산화비타민 약제를 복용하려면 의사로부터 적정량을 처방받을 것"을 당부했다.

적당한 양의 꾸준한 운동도 유해산소를 없애준다. 운동하면 유해산소가 몸밖으로 잘 배출되며 항산화효소의 분비가 촉진된다.'약간 힘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1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농약을 많이 쓴 농산물·탄 음식·술·담배 등은 유해산소를 다량 발생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밀폐된 실내에서 장기간 보내는 것은 유해산소를 몸안에 가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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