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16강 약속의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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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더이상 준비할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 남은 일은 지난 1년5개월간 비지땀을 흘리며 담금질해온 모든 힘과 역량을 4일 오후 90분간의 폴란드전에서 최후의 한방울까지 쥐어짜 쏟아붓는 일 뿐이다.

부산을 약속의 땅으로 믿고 3일 오전 베이스캠프인 경주를 떠나온 한국 축구 대표팀은 낮 12시쯤 숙소인 매리어트 호텔에 진을 쳤다. 대전에서 은밀하게 한국전에 대비해온 폴란드도 오후 1시쯤 도착, 항도 부산은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오전 11시 경주를 떠나기 직전 이영표의 왼쪽 종아리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해 본선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 출전할 수 없고 따라서 부산에 동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표팀은 잠시 술렁였다.

대표팀 전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차에 터진 악재에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결전 장소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오후 훈련을 마친 후 "현재로선 이영표가 10일 미국전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를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잠시 동요했던 대표팀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히딩크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팀 전력에 지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후 5시55분 경기장을 찾은 대표팀은 체력적인 부담을 피하고 불필요한 전력노출도 피하려는 듯 폴란드전에 대비한 전술 훈련없이 한시간 가량 가벼운 몸풀기와 좌·우 크로스에 이은 슈팅 훈련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돈 뒤 스프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는 사이 박항서 코치와 함께 지름 18.3m의 센터서클 한쪽 지점에서 공을 차서 센터서클 반대편 라인에 누가 더 가깝게 공을 보낼 수 있는지를 겨루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크로스에 이은 슈팅 훈련 때는 왼쪽에서는 이천수·설기현이, 오른쪽에서는 차두리가 각각 크로스를 올렸고 황선홍·유상철·안정환·박지성·설기현 등이 번갈아 뛰어들어가며 슛을 날렸다.

대표팀은 4일 낮에 한시간 가량 폴란드 비디오를 시청하며 마지막 전술 회의를 한 후 경기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경주에 혼자 남은 이영표는 물리치료사 빌코와 함께 재활훈련에 열중했다.

부산=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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