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즉위 50주년 행사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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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4일로 즉위 50주년을 맞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위한 나흘간의 축하행사가 1일 밤(현지시간) 버킹엄궁 정원에서 거행된 대규모 클래식 음악회를 시작으로 개막됐다. 궁정 음악회에는 여왕과 부군 필립공을 비롯해 찰스 왕세자와 그의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 등 1백여명의 왕실 인사와, 2백만명이 참가한 추첨에서 뽑힌 1만2천명의 '운좋은' 일반인이 참석했다.

영국 역사상 즉위 50주년(골든 주빌리) 축하인사를 받은 군주는 단 두 명뿐으로 엘리자베스 2세와 그의 고조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이 그 주인공. 그러나 이번 행사는 1897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다이아몬드 주빌리)행사와 비교하면 초라한 느낌이 들 정도여서 영국의 국력 변화를 실감케 한다.

빅토리아 여왕 때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직접 빈의 영국대사관을 찾아 경의를 표하는 등 전세계 군주들이 앞다퉈 축하 대열에 동참했다. 11개 자치식민지의 총독들이 런던으로 몰려들었고, 기념식 당일에는 캐나다·보르네오·홍콩·인도·키프로스·호주·피지 등 식민지 출신 병사들이 여왕의 행차를 호위했다. 또 동상이 제막되고 기념예배와 무도회가 열렸으며 축포가 발사됐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행사는 비교적 단출하다. 여왕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감사 연설을 하고, 기념예배와 음악회에 참석하는 것을 빼고는 시골 농민시장 방문, 길거리 파티 참석, 공무원들에 대한 기념메달 수여 등 서민들을 위주로 하는 행사에 주로 참석할 예정이다. 과거의 권위와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건전한 파티'라는 것이 영국 언론들의 지적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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