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육참총장 "반박회견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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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이 24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국방부 검찰단의 진급 비리 수사 발표에 대해 반박하는 육군본부의 기자회견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남 총장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으나 남 총장의 거듭된 주장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선 6시간 간격으로 군 검찰의 수사 발표와 남 총장의 지시에 따라 피의자를 두둔하는 육군본부의 반박회견이 충돌하는 이례적 현상이 펼쳐졌다.

특히 군 검찰 측은 향후 추가수사 과정에서 남 총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어 수사 발표를 계기로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 총장은 이날 자이툰 부대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항공기 안에서 윤 장관과의 전화를 통해 군 검찰 수사결과에 해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관계자는 "윤 장관은 남 총장을 만류했으나 육군의 명예가 실추될 우려가 있다는 총장의 거듭된 설명에 육본 측의 기자회견을 승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수사발표와 반박회견=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발표에서 "준장 진급자 52명 전원을 육본이 미리 내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육본이 사전에 내정된 진급 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해 공문서 위조나 비리기록 조작 등의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김석영(공군 대령) 검찰단장은 "진급된 52명은 사전 내정된 사람들로 내정 과정에서 평소 근무성적이 아닌 다른 요소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군 검찰단은 지난 23일 육본 인사관리처장 L준장과 인사검증위원회 J대령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육본 진급계장 C중령과 인사검증위 간사 J중령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군 검찰단은 이들이 사전 내정자의 경쟁자였던 진급 대상자 17명에 대한 비리 자료를 육본 인사검증위원회가 확인한 것처럼 위조해 17명의 탈락을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본은 반박회견에서 "군 검찰의 기소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면서 "정확한 사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부인했다.

육본은 "문제의 52명은 사전 내정자가 아니라 인사 실무자가 작성한 진급 추정자로, 내정자를 사전에 선정하는 것은 육군 인사 절차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육본 측은 또 "17명에 대한 비리 자료를 진급심사에 반영하는 것은 육참총장의 고유권한으로 매년 심사 때마다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인사 실무자가 사전 내정자의 음주측정 거부 자료 등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군 검찰의 주장에 대해 육본 측은 "육군 규정에 따라 인사검증위가 만장일치로 삭제키로 의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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