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울산 : "출신 밀자" "그래도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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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진보정당 출신 시장 만들자"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북구 현대자동차 공장문4 앞. 민노당 운동원들과 노조원들이 모여 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노동자는 지난 반세기 한번도 주인 대접을 못받아봤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같은 시간 인근 호프집 '모듬촌닭'.현대차 직원 3명이 맥주 잔을 기울이고 있다. 입사 15년차 동기들이라고 했다.

▶모(39)씨=(현대의)자동차·중공업 사람들이 찍으면 이번엔(민노당이)꼭 된데이.

▶朴모(40)씨=맞다. 내는 마누라한테도 다짐 받아놨다 아이가.

▶曺모(40)씨=노동자들이 얼마나 소외됐노. 울산이라도 해봐야제.

曺씨는 "송철호씨가 호남 출신이라지만 우린 그런 것 안따집니더"라고 했다.

택시기사 강연태(42)씨는 현지 분위기에 대해 "회사원은 송철호, 일반 시민은 한나라당"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에서 노조활동을 하다 해직됐다는 자영업자 김진철(46)씨는 "노동자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宋후보는 아침·저녁 현대중공업·자동차·미포조선 등에서 출·퇴근 인사를 하고 권영길(權永吉)대표도 며칠씩 체류하면서 宋후보를 지원 중이다. 宋후보는 이미 이곳에서 시장·국회의원 선거에 다섯번 출마한 경험이 있다. 50대 택시기사 崔모씨는 "宋후보를 두번 태운 적 있다"며 "한번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宋후보는 "울산 시민 3분의2와 악수해봤다"고 말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세번만 오면 된다"

같은 날 밤 현대자동차 인근 상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자영업자 모(61)씨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민노당 출신 시장은 일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선거얘기를 화제로 올린다. 휴대전화 대리점을 하는 崔모(47)씨는 "宋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 가는 거 아이가"라고 한다. 현대차 관리직에 근무 중인 모(41)씨는 "울산 시민 50%가 근로자라지만 사원과 노조원은 다르데이. 과거엔 노조원의 90%가 민주노총·민노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65% 정도라 막판 되면 모른데이"라고 말했다.

이날 낮 남구 병정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여남규(52)씨는 "박맹우 후보는 모르지만,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됐으면 좋겠심더. 그러려면 한나라당 찍어야 하는 것 아잉교"라고 말했다. 朴후보 캠프 관계자는 "울산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48%"라고 말한다. 이 지지도가 표로 연결되면 당선된다는 얘기다. "이회창 후보가 세번만 오면 우리가 이긴다"는 게 그의 장담이다.

한나라당은 민노당의 정강·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도 파고든다. 제조업자 金모(55)씨는 "민노당 후보가 되면 노조활동이 더 세지지 않겠느냐는 게 기업인들의 걱정"이라고 전했다. 朴후보는 민노당의 강령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강령엔 '사적소유권을 제한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함. 노동해방·인간해방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승함'등의 내용이 있다.

◇"한국노총을 잡아라"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한국노총 울산본부를 우군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은 2만명에 이른다.

민노당은 창당부터 민주노총과 연계돼 있지만 한국노총과는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 이회창 후보는 5월 13일 이 지역 필승 결의대회에서 "한국노총이 우리 당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한 일도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즉각 부인했다. 민노당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가까웠으나 요즘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맹우 후보 캠프에 들렀더니 한 참모가 전화기에 대고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 한두 곳만 (한나라당)지지선언을 하게 한다꼬요? 큰일납니더. 오히려 반발삽니데이"라고 고함치고 있었다.

울산=고정애 기자

울산은 공업도시다.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SK·S-oil 등 대형 작업장이 있다. 유권자 72만명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23만명이다. 상당수가 외지인이다. 물론 울산은 부산·경남, 즉 PK영향권이다. 토박이를 포함해 부산·경남 출신이 64%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정서는 부산·경남에 비해 약하다. 울산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론조사는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송철호(宋哲鎬)가 선두다. 한나라당 박맹우(朴孟雨)후보는 맹추격 중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의 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이내의 접전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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