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응 자제 한나라 ",이성 잃었나" 수위 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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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일 한나라당을 마피아·조폭 조직에 비유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아이들'이라고 표현하며 '이회창 청산론'을 주장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반박 논평을 내지 않았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이 "지지율이 급락하니 이성을 잃은 모양인데 후보가 막말을 퍼부을수록 국민은 외면할 것"이라고 쏘아붙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나라당은 후보 발언에 대한 맞대응 수위를 조절 중이다. 지나친 역공을 피하는 데는 여러 고려가 있다.

우선 "정치권 전체가 저질"이라는 양비론에서 벗어나고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이날 충남지역 정당연설회에서 "아무리 정략적인 발언이라 해도 월드컵 기간에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않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은 '정쟁 중단'이란 용어를 쓸 자격조차 없다"고 말했다.

자제된 대응을 통해 후보를 '수준이하'로 평가되도록 하자는 계산도 있다.

이상득(相得)사무총장은 "대선후보로 결정된 분이 저질스런 용어를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정면대결을 했다간 "사그라드는 노풍(風)을 재점화하려는 민주당의 계산에 휘말릴 수 있다(南대변인)"는 판단도 있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논쟁에 말려드는 것은 피한다는 방침이다.

자칫하면 민주당의 주문대로 '이회창 대 노무현' 대결구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는 이날 울산 정당연설회에서 "다른 당의 후보에 대해 개인적인 비난이나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가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심판'이란 점을 더욱 강조해 나가기로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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