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승기'타고 '곱등어'보러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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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평양에서 쓰고 그린 그림을 서울에서 출판한 최초의 남북 합작 그림동화 시리즈가 나왔다. 북한의 인기 만화영화를 토대로 한 과학동화 『령리한 너구리』가 최근 정식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출간된 것. 총 40권 중 1차분 5권이 먼저 선보인 이 시리즈는 조재식·리대복 등 평양창작집단의 여러 작가들이 글과 그림을 맡고 우리나라의 청소년교양물 전문출판사인 두리미디어가 책으로 만들었다. 북한 어린이들의 일상 언어와 생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통일교육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벌써부터 아동출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리미디어의 최용철 대표는 "북한 동화라 정치적 선전이 당연히 포함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그것 역시 북한 사회에 대한 하나의 선입견이었음을 깨닫게 됐다"면서, "너구리와 곰·야웅이 등 친근한 동물 캐릭터들을 내세워 과학의 원리들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동화 형식으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원본의 토씨 하나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직승기'(헬리콥터)·'곱등어'(돌고래)·'몸까기'(살빼기) 등 북한에서만 쓰이는 단어에서부터 '텔레비죤' 등 우리 맞춤법과 다른 표현들이 나온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이주영 이사장이 일일이 풀이를 해놓았다.

두리미디어측은 남북교역이란 창구를 통해 북한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사장 리용)와 지난 2월 정식 계약을 했다. 총 40권 시리즈에 대해 1만달러의 선인세에 10% 정도의 인세를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10년간의 독점출판권 및 캐릭터 사업권이 포함돼 있다. 또 북한측의 요청에 따라 권당 1천부 정도를 무상으로 북한에 보내줄 계획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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