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팬 이끄는 한국인 응원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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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유 차이나, 자유 ! 자유 ! (加油 中國 加油 加油)."

"중국 힘내라"는 구호를 목청껏 외치며 현란한 동작으로 5천여명의 중국 축구팀 응원단 '추미(球迷)'협회 회원들을 이끄는 응원단장은 한국인 조수진(趙守鎭·28)씨.

중국 관영 중앙방송 CC-TV에서 매일 아침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趙씨는 인기 영화배우에 버금가는 스타다. 요즘은 밀려오는 인터뷰와 빡빡한 공연 스케줄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중국 신문들은 그가 다음달 3일 중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방한할 것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댄싱 에어로빅'이 남녀노소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경쾌하고 중국어를 베이징(北京)토박이처럼 구사하는 데 있다. 중국인들은 그를 '중국을 사랑하는 대표적 외국인'이라고 평한다. 마스크가 이국적이고 부모의 이혼 사실까지 툭 털어놓는 그의 솔직함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추미협회 회원들은 지난해 4월 외국인이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趙씨를 응원단장으로 추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4년 베이징으로 향한 趙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국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중국이 탈출구처럼 여겨졌어요. 저 곳에서라면 아버지의 빚을 청산해 효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구요"라고 말했다.

당시 그가 중국 공항에서 읽을 수 있는 한자는 출구(出口)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3때부터 에어로빅을 가르쳤던 '또순이'가 중국에서라고 기죽을 리 없었다. 그는 어언문화대에서 중국어를 배우며 베이징 시내의 스포츠센터 캉메이다에서 에어로빅을 가르쳤다.

"국민체조가 에어로빅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중국 사람들에게 콘서트같은 조수진식 에어로빅이 신기했나봐요."

에어로빅의 배경 음악도 때맞춰 불어닥친 한류 열풍에 맞춰 이정현의 '바꿔' 등으로 바꿨다. 이러니 수강생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趙씨는 베이징에서는 최고라는 피트니스 센터 너바나의 총괄 매니저와 베이징 국제학교의 교사가 됐다. 이후 '조수진 에어로빅 시범단'을 결성해 댄싱 에어로빅을 보급해 왔다. 이제 조수진의 중국 본토 내 '제자 군단'은 수만명에 이른다. 趙씨는 "이번 월드컵 응원으로 중국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겠다고"고 말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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