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한글 가르치는 이승철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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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을 잘 모르는 시베리아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대 동양학과에서 5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승철(承哲·44)교수.

선교 활동을 위해 1994년 2월 노보시비르스크에 진출한 그는 97년 이 대학 문화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목사였다.

그는 대학에 우리나라와 관련된 교육과정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러시아 문화를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갔더니 일본·중국어 학과는 있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관한 것은 자료조차 없었습니다."

그는 입학한 그해 니콜라이 세르게비치 디칸스키(60)총장을 찾아가 한국어 강좌의 개설을 요청했다. 총장은 "뜻이 좋다"며 즉각 수락했다. 교수는 일주일에 열여섯시간씩 러시아 학생 20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학습교재는 모두 그가 자비로 한국에서 사다가 썼다.

이 대학 한국어 지도인력도 당초 교수 한명뿐이었으나 지난해 러시아인 제자 두명이 강사로 가담하면서 세명으로 늘었다. 그는 지난달 박사학위를 따 정식 교수가 됐다.

교수의 노력으로 이 대학에는 오는 9월께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한국관'이 생긴다.

또 올 2학기에 한국학과가 정식 개설된다. 하지만 교육 기자재와 교재를 구입할 재원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올해로 5년째 부인 여순단(41)씨와 함께 오갈 데 없는 러시아 장애인 1백명을 돌보고 있다. 생활비를 아껴 장애인들에게 치료비도 대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충남대에서 열린 세계 과학기술도시 총장회의에 참석한 디칸스키 총장을 수행, 고국을 찾은 그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러시아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3832-467169.(cello@nsu.ru)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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