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보다 등장인물의 개성을 내세운 뮤지컬 ‘코러스 라인’. 1975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배우였던 바욕 리가 한국 공연의 연출을 맡아 화제다. [나인컬쳐 제공]
작품은 1차 오디션을 통과한 열일곱 명 코러스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연출가 앞에 한 줄로 길게 서서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신의 얘기를 했다. 독백 형식으로 말이다. 얼마간 그렇게 진행되려니 했다. 아니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계속 그랬다.
물론 간간히 노래도 부르고, 몇 명이 함께 춤을 추기도 했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였다. 특별한 무대 전환도 없었고, 별다른 스토리 라인이나 극적 장치도 없었다. 게다가 배우 한 명 한 명이 말하는 에피소드란 게 대단히 미국적 색깔이었다. 아무리 한국 배우들이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낸다고 한들 공감대를 얻기엔 역부족이었다.
작품은 1975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그 해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쓴 명작이다.
당시로선 이렇게 미니멀한 무대가, 드라마 구조를 탈피한 나열식 구성이 ‘컨셉트 뮤지컬’로 분류되며 모던하고 신선하게 평가됐을 게다. 하지만 그건 35년 전 얘기다. 그새 뮤지컬은 훨씬 더 역동적으로 변해왔다. 스토리의 큰 골격인 ‘코러스’와 ‘연출가’의 대결이라는 구조 또한 낡았다. 이를테면 노동조합과 기업가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80년대엔 가슴을 콕콕 찌르겠지만 2010년 현재엔 조금은 진부하게 취급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명작이 한국땅에서 활력을 얻을 요량이었으면 한국적 에피소드를 삽입하거나, 따분한 독백식 구성을 과감히 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작품의 시계는 1975년 브로드웨이에 멈춘 채 꼼짝 달싹하지 못했다. 새로운 돌파구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까.
◆뮤지컬 ‘코러스 라인’=8월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6만·8만·10만원. 02-722-8884.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