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두려우랴!" 자신감 하늘 찔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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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계 최강 프랑스와 대등하게 싸웠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1.5군이 나선 프랑스팀에 0-5로 대패한 한국이었다. 한국은 꼭 1년 뒤 프랑스의 최정예 멤버를 상대로 그야말로 선전했다. 2-3으로 지긴 했지만 게임 내용에서는 결코 처지지 않았다.

뭐가 달라졌을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자신감이다.한국은 최근 코스타리카와 스코틀랜드를 꺾었고, 우승후보 잉글랜드와도 대등한 경기를 하며 1-1로 비겼다. 이제는 누구와 싸워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확실하게 얻었다. 월드챔피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바로 그 자신감이 돋보였다.

한국은 이름만 들어도 겁이 날 정도의 스타 군단 프랑스를 상대로 전·후반 내내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 지난해 경기에서는 프랑스에 첫골을 내준 뒤 대량 실점을 우려한 나머지 미드필더와 수비가 뒤로 처졌고 섣불리 공격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결국 이런 소극적인 플레이는 무더기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반 16분 앙리와 트레제게의 화려한 개인기에 먼저 골을 빼앗긴 뒤에도 변함없이 상대를 압박하며 적극적인 공격을 폈다. 골이 나온 뒤 당황한 쪽은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프랑스였다.

한국은 체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허리에서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과는 연거푸 얻은 두골이었다.

두번째는 협력수비의 성공이었다.

한국은 이날 프랑스 공격의 출발점인 지단이 공을 잡으면 김남일과 박지성이 에워싸 치고나가거나 패스를 날릴 여유를 주지 않았고, 1차 방어벽이 뚫리고 나면 송종국 또는 이영표가 가세해 새로운 차단막을 쳤다.

덕분에 한국은 상대의 측면 돌파나 스루패스를 미리 막아낼 수 있었다.

공격으로 전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백 라인의 이영표가 침투해 올라가면 미드필드의 박지성이 빠르게 빈 자리를 메우는 동작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마지막으로는 골 결정력이 돋보였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한국은 문전에서 찬스가 나면 이성을 잃고 허공으로 공을 날렸지만 이날 박지성의 골은 한국이 전반에 얻은 첫번째 슈팅에서 나왔다.

세계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드사이가 압박했지만 박지성은 침착하게 수비를 제친 뒤 정확하게 프랑스의 골 모서리에 공을 차넣었다. 파주훈련장에서 히딩크 감독이 줄기차게 '역습 때는 선수 전원이 킬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수원=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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