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환경속의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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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식품의약안전청은 지난해 23종의 음식물에 대해 다이옥신의 함유량을 측정해 비록 고등어·갈치·굴 등의 어패류에는 제법 들어 있지만, 식품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1998년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얻은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 그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가 설정한 허용수준의 2% 정도에 불과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휘발유·쓰레기 등의 불완전 연소에 의해 생성되고,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PAH란 화학물질 (이 중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벤조피렌은 유명한 발암물질이다)도 조사해, 특히 숯불에 고기를 태워 먹는 것이 좋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외에도 건강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하여 디디티·린덴·파라티온 등의 살충제(사용 금지됨)와 2, 4-디 등의 제초제, 피시비 같은 산업용 화학물질 등 농약 40종, 산업용 화학물질 18종 및 그 부산물과 대사산물 9종 등 총 67종의 사용을 금하거나 감시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들이 음식물 중에 얼마나 들어있고, 그 양이 적으면 어떤 영향이 나올까? 높아지는 공기 중의 오존이 다이옥신과 함께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화학물질들은 안전할까?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어류의 기형을 유발하거나 남자에게서 정자의 수를 줄이는 등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건강위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성은 '검사하는 방법'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검사들을 해야 그 독성을 제대로 알 수 있을지도 문제다. 더 나아가면 '독성'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사람과 사람이 사는 환경에 미치는 화학물질들의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귀착되는데, 이 질문은 다시 '사람에게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맞물려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은 1999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앞으로 8만6천종의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내분비교란물질 시험 및 평가계획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9개 연구소가 참가하는 이 계획은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즉 시험과 검색법을 개발하는 연구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이들 화학물들이 음식물 중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먹고 있는지도 조사될 것이다.

나는 이 일들이 소위 '과학적'으로-각 구성 성분을 나누어(科) 각 단위물질의 효과를 알아냄으로써(學)-접근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세부사항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얻어지면 그 부분지식을 통합해 전모를 이해하게 된다. 세부적 지식이 늘수록 전체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고, 해결책도 제시된다. 그러나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나타나고, 환경에 존재하는 이들 물질들의 농도가 달라지고, 사람들도 달라지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기는 하지만 그 전모를 영원히 알 수 없고, 해결책은 불완전하게 마련이다.

현대과학으로 모든 부분을 완전히 알 수도 없고, 부분을 보아서는 부분의 합이 전체를 이룰 때, 또 이들이 총체적으로 인간과 같은 소우주에 작용할 때 나타나는 창발현상을 이해할 수 없어서,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 속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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