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군 검찰 무얼 믿고 군 기강 흔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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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육군 인사 비리의혹 수사 파문이 갈수록 가관이다. 이번엔 보직해임 당한 군검찰관들과 이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국방부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사상황을 외부로 알렸다, 아니다'로 사사건건 티격태격하고 있다. 엄정한 지휘체계를 생명으로 하는 군에선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죽했으면 군검찰관들이 보직해임이라는 카드를 썼을까'라는 측면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에 하나 비리 수사가 방해받을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사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군검찰이 보여준 수사성과나 처신을 보면 군검찰의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코자 한다.

우선 압수수색까지 한 군검찰이 한달여 동안 수사했으나 금품수수 등 결정적 비리를 밝혀낸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구속된 실무 장교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러니 '어느 정도 의혹이 있으면 일단 구속하고 계속 추궁하면 뭐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식의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수사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수사상황 외부 유출도 마찬가지다. '고의적 유출이 아니라 기자가 물으니까 대답했다'는 해명을 했다. 세상에 기자가 묻는다고 무조건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을까. 다 언론을 이용할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 '여론 동원 수사방식'을 지양하라고 경고했겠는가. 이런 판국에 느닷없이 보직을 해임해 달라고 하고, 또 보직을 해임하니 이번엔 '절차가 불법'이라며 반발을 하니 '항명성 군조직 흔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군 검찰이 무슨 이유에서 이런 항명을 계속 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든든한 배후가 있으니 계급사회인 군에서 그런 항명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방장관은 군검찰관들이 수사상황 외부 유출 등 규정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여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비켜 서 있을 수 없다. 군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