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가격 8월부터 주간社 마음대로… 하이일드 펀드 등 수익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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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8월부터 주간 증권사가 공모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투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하이일드 펀드와 후순위채(CBO)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이일드 펀드와 CBO펀드 등 고수익 고위험 펀드는 공모 물량의 55%(거래소 상장종목의 경우 45%)를 우선 배정받아왔다. 돈을 떼일 위험이 있는 투기등급 회사채를 일정 부분 편입시키는 대가였다.

대투운용 김영길 팀장은 "하이일드·CBO펀드가 거둔 수익률 중 절반 가량은 공모주 우선 배정에 따른 차익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증권사가 발행사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공모가를 정하게 되면 공모가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상장·등록시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훨씬 줄어든다. 하이일드·CBO펀드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그만큼 감소하는 것이다.

삼성투신운용 김창석 펀드매니저는 "앞으로는 실적이 괜찮은 저평가 종목의 공모가가 높아지고 그동안 하이일드·CBO펀드에 고수익을 안겨줬던 실적 대비 고평가 종목은 아예 상장·등록되기 힘든 상황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하이일드·CBO펀드의 수익률은 20~30%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투신운용 이정민 펀드매니저는 "새 공모제도 시행 초기에는 증권사마다 눈치를 보며 공모가를 아주 많이 높이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모가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공개(IPO)주간사의 수입은 최종 공모가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공모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모가 자율화 제도가 투신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투운용 김영길 팀장은 "그동안 주간사는 공모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의 80%를 밑돌 경우 공모물량 전체를 사들여 주가를 떠받쳐야 했으나, 앞으론 90% 밑으로 떨어지면 이렇게 해야 하는 만큼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섣불리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현재 투신권에 설정된 하이일드 펀드와 CBO의 연초 대비 평균수익률은 각각 3.39%, CBO가 3.54%에 달한다. 이는 시가평가 채권형펀드의 평균수익률(1.94%)의 두 배에 달한다.

<표 참조>

◇고수익 고위험 펀드=하이일드펀드란 신용등급이 낮은 투기등급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 펀드를 말한다.

잘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투기등급 채권은 부도 위험이 큰 만큼 채권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CBO펀드는 하이일드 펀드와 대체로 유사하나 자산의 50%이상을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한다. 채권을 발행한 곳이 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때 상환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후순위채라고 부른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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