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동원 브루클린 다리 철통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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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레이먼드 켈리 뉴욕시 경찰국장은 21일 "연방 수사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연방수사국(FBI)이 경고한 주요 시설물 외에도 유엔본부 등 역사적인 주요 기념물과 건물·교량·관광명소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테러 경계령이 발동된 직후 공격대상 1호로 떠오른 브루클린 다리에는 이날 오후부터 수개 중대의 경찰병력이 배치돼 교량 통과 차량 및 행인들의 일거수 일투족 감시에 나섰다. 교각 밑에서는 경찰경비정이, 교량 위에는 경찰차량이, 그리고 공중에는 경찰 헬리콥터가 동원돼 3중 입체 검문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30분동안 무려 24대의 차량이 검색을 당하기도 했다.

일부 차량은 트렁크 구석구석까지 검색을 받느라 아예 도로 옆으로 차를 빼는 모습도 목격됐다. 22일 오전에는 브루클린 다리에서 이상한 물체가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와 5시30분(현지시간)부터 1시간동안 다리가 통제됐다.

○…뉴욕시에 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21일은 뉴욕항에 정박 중인 22대의 함선들이 다채로운 쇼를 벌이는 함대축제 전야제 날로 오랜만에 함대축제 특수를 기대하던 맨해튼의 상점 주인들은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 또다시 경기가 얼어붙을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는 "뉴욕 일원에 경계령이 내렸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면서 "더욱 안전한 방법을 강구하자는 예방차원인 만큼 관광객들은 22일 시작되는 함대축제 관광에 아무 부담 없이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경계령 발동이 지난해 9·11 테러를 앞두고 정보당국에 포착된 테러첩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뉴욕시 테러경계령에 앞서 딕 체니 부통령과 로버트 뮐러 FBI국장,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잇따라 테러정보를 공개한 것도 차라리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책임을 피할 수 있고,국민들의 협조와 단결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박을 이용해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돌아보려던 일부 관광객들은 테러 경계령 발동으로 선박 접근이 금지되자 멀리서 망원경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구경하며 만족해야 했다. 오하이오주에서 관광 온 필 린들리(45)는 "뉴욕을 수차례 찾았으나 번번이 악천후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겨 자유의 여신상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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