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간부에 1억 전달 의혹 사실일땐 신뢰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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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5월 울산지검이 평창종합건설의 비리 의혹을 내사 종결하는 과정에 검찰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22일 다시 불거졌다.

재소환한 평창종건 전무로부터 "당시 김성환씨가 수사 무마를 청탁할 검찰 간부를 직접 거명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이다.

대검 중수부 박만(朴滿)수사기획관은 이날 김성환씨가 거론한 간부가 누군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으나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高位)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종건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金전무는 앞서의 검찰 조사에서 "김성환씨가 사건을 처리해 주겠다고 했으며, 내사가 종결된 뒤인 지난해 7~8월께 사건 무마 및 신용보증기금의 대출보증서 발부 대가로 각각 1억원씩 2억원의 약속어음을 줬다"고 말했었다.

따라서 이 간부가 실제로 울산지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가 현재로선 가장 큰 관심사다.

평창종건 유준걸 회장은 김성환씨와 1백억원대의 돈거래를 할 정도로 홍업씨측 사람들과 깊은 친분관계를 가져온 사람이다. 따라서 평창종건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는 과정에서 김성환씨에게 역할을 부탁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러나 김성환씨는 "신용보증기금 대출과 관련해 1억원을 받은 건 사실이나 수사무마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평창종건 柳회장도 "지난해 金씨와 6~7차례 1억~2억원짜리 약속어음을 주고 받은 적은 있으나 검찰 수사와 관련된 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울산지검 관계자도 "수사팀의 능력이 없어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검찰 고위층 압력 때문에 내사를 종결했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검 관계자는 "김성환씨가 평소 검찰 간부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다닌 건 사실인 것 같지만 실제로 사건 청탁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金씨 관련계좌에 대한 자금추적 결과, 검찰 간부에게 돈이 전달된 흔적도 없다고 말해 당장 수사를 진행할 뜻은 없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김성환씨가 홍업씨를 등에 업고 당시 검찰 실세들과 접촉해온 점을 들어 실제로 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경우 이 문제가 언제고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태다. 혹 수사 무마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신뢰는 다시 곤두박질할 것이어서 검찰 역시 이 문제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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