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美경기 회복 지연… 수출株 먹구름 '내수株 시대' 다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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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1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삼성SDI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주들이 곤두박질했다.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미국 경제가 예상처럼 빠르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로 인해 IT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시장이 2.3%, 다우지수는 1.2%씩 떨어졌다. 이런 미국 증시 약세와 함께 삼성전자의 고정 거래선 가격이 1백28메가D램 기준으로 4달러에서 3.6~3.7달러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주가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수출과 환율·유가 변화에 덜 민감한 내수 관련주를 투자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기·환율·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출주들은 악재가 널려있다는 것.

삼성증권은 원화가치와 유가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통신·유통·건설·서비스업 등 내수비중이 높은 비제조업체의 실적이 제조업체 실적에 비해 나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원화가치 상승) 비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올라가지만 제조업체는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제조업체들은 제조업체에 비해 유가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프 참조>

삼성증권 조사에 따르면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으로 인해 자동차·섬유·조선·전자업체의 순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항공해운·정유·철강은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섬유·항공해운업체들이 가장 많이 볼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통신·유통·전자 등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됐고, 정유화학업종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내수 경기가 여전히 좋은 편이고 환율 및 유가 변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내수 관련주들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하반기에는 내수주가 위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장비업체를 중심으로 한 IT기업의 수출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종합주가지수가 817에서 875로 반등할 때 내수 관련주들은 수출 관련주만큼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며 "현대백화점·신세계·LG홈쇼핑 등 내수주는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 사장은 "내수와 수출기반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농심 같은 기업이 유망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도 '내수 주 랠리'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사장은 "환율과 유가 변화에 따라 수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기업의 수익구조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원화가치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수출 경쟁국의 통화도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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