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돼지 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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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테드 휴즈(1930~ ), 「돼지 관찰」 전문

돼지가 죽은 채 손수레에 누워 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것은 세 사람 만큼의 무게가 나갔다고 한다.
연분홍빛 하얀 속눈썹을 가진 두 눈은 감겨 있다.
다리는 쭉 뻗은 채.

죽어 있는 그 무게와 살찐 연분홍빛 덩치는
그저 죽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은 무생물보다 한층 더 못했다.
밀부대자루 같았다.

나는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것을 탁 쳤다.
죽은 사람들을 모욕할 때, 무덤 위를 걸을 때
사람은 죄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이 돼지는
나를 꾸짖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지나치게 죽어 있었다. 그저
한 덩어리의 비계와 고기일 뿐.
그 최후의 위엄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것은 재미있는 모습도 아니었다.

이제 연민을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죽어 있었다.
돼지가 과거에 누렸던 삶과 소음, 세속적인 쾌락의
본거지를 회상하는 것은
그릇된 노력처럼, 촛점이 빗나간 것처럼 여겨졌다.

너무도 실제적인 일이었다. 돼지의 무게가
나를 압도했다―― 어떻게 그 놈을 옮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것을 토막내는 수고를 해야 하다니!
목에 있는 칼자국은 총공격이었지만 불쌍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나는 소란스런 시장 속을 달린 적이 있다
고양이보다 빠르고 날랜
기름 바른 새끼 돼지를 잡으려고,
그 깩깩거리는 소리는 금속을 찢는 듯했다.

돼지들은 뜨거운 피를 가졌음에 틀림없다, 놈들은 가마솥처럼 느껴진다.
놈들은 말보다 더 지독하게 물어뜯는다――
놈들은 반달모양으로 깨끗이 잘라낸다.
놈들은 재를, 죽은 고양이들을 먹는다.

이와 같은 특징이나 찬탄거리들은
이미 오래 전에 끝장이 났다.
나는 오랫동안 놈을 빤히 바라다보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끓는 물에 데치고
데쳐 현관계단처럼 박박 문질러 닦으려 했다.



돼지고기에는 뒤뚱거리는 힘찬 달리기와 뜨거운 체온과 콘센트처럼 생긴 재미있게 생긴 콧구멍, 슬픈 눈동자, 못생겼지만 힘찬 울음 따위가 들어 있다. 우리는 고기가 아니라 한 생명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정육점에서, 슈퍼마켓에서, 식당에서, 붉은 조명이나 빵처럼 보이는 포장, 양념 등에 의해 제거된다. 상품이란 생명을 고기로 바꾼 것을 말한다.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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