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전락 위기… 국립의료원 일부 과목 전공의 못뽑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내 중앙의료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6가의 국립의료원. 어이없게도 진단방사선과 등 일부 진료과목에 전공의를 뽑지 못해 중소 병원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의료원이 진단방사선과.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 등 3개 기초 의료 과목의 3~4년차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해 '종합전문요양기관' 요건에 미달하고 있다고 22일 발표했다.

종합전문요양기관이란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중 진료 수준이 높은 42개 대형 병원을 말하며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3년마다 시설이나 장비.인력기준 등을 평가받아 재지정되며, 반드시 전공의를 확보해 교육해야 한다. 중소병원보다 진료비를 더 받아 연구개발 등에 충당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복지부는 일단 내년 6월까지 3~4년차 전공의를 확보하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하지만 국립의료원에는 이 3개 진료과목의 1~2년차 전공의가 없어 현재로선 내년 6월까지 요건을 만족시키기 힘든 상태다.

국립의료원 이창준 제3진료부장은 "2년차 진단방사선과 전공의가 한 명 있었으나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그만뒀고 다른 병원에서 데려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내년 6월까지 조건을 충족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전공의 수련 규정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전공의가 소속된 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중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없게 돼 있다.

국립의료원이 중소 병원으로 전락하면 진료비가 낮아지며 동네 의원을 거쳐 진료의뢰서를 받지 않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환자에게는 유리해진다.

하지만 국립의료원은 진료뿐 아니라 장기이식 관리.중앙암등록사업.의료기술 연구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국가 중앙의료원으로서 위상이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16일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국립의료원을 국가중앙의료원으로 확대 개편해 동북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보건정책의 선도적 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차질도 우려된다.

원자력병원이 2002년 7월 진단방사선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 부족으로 종합전문요양기관에서 중소 병원으로 처음 전락한 이래 국립의료원이 두 번째 대상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인제대 상계백병원과 서울백병원, 아주대.원광대.동아대 병원 등도 국립의료원처럼 3개 과목의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병원은 진단방사선과 2년차 전공의가 있고 이들이 내년 6월에는 3년차 전공의가 되기 때문에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신성식 기자

[바로잡습니다] 12월 23일자 12면 '중소병원 전락 위기' 기사에서 국립의료원이 중앙암등록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 사업은 국립암센터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2000년 9월 국립암센터로 넘어갔는데도 기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국립의료원 홈페이지 설명을 그대로 옮겨 쓰는 바람에 실수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