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童소리 듣고 장기와 한평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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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일곱살 때 동네에서 "장기 신동났다"는 어른들 한마디에 그만 장기에 미쳐 평생을 살아온 장기광(狂) 김응술(66·사진)9단이 지난 12일 한국장기협회장에 당선됐다.

"인생이 두번 있다면 집사람이 평생을 애원하며 말렸던 이 길을 다시 걸을 자신이 없습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장기를 살리고 키우고자 김회장은 전국 각지를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다. 고생이 극심하고 말이 통하지 않을 때마다 잘 나가는 바둑이 부럽기만 했다.

"바둑도 잉창치(應昌期)라는 대만의 거부가 커다란 세계대회를 만들면서 발전했지 않습니까. 장기도 누군가 안목을 가진 분이 나서면 곧 부흥하리라고 봅니다."

'장기계의 조남철'로 불리는 김회장은 TV의 장기 프로를 만들고 서울의 중·고교에 장기 특활반을 만들어 10년이나 강사로 활동했다. 숱한 잡지와 주간지에 묘수풀이를 연재했고 천신만고 끝에 문예진흥기금을 받아내 학생장기대회 입상자에게 6년째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섰던 두개의 장기협회를 통합한 것은 힘든 추억. 굵은 주름살 사이로 외길인생의 고집과 회한이 엇갈린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 프로는 2백20명. 고수로는 김경준8단이 손꼽힌다. 북한은 장기가 바둑보다 훨씬 성한데 그곳의 최고수는 임종철. 김회장은 요즘 두 남북 최고수의 대결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와 바둑의 위치가 대등합니다. 우리도 곧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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