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아오른 조한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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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조한승(20)5단이 3전3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왕위전 레이스가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바로 뒤에서 2연승으로 추격하던 조훈현9단이 13일 복병 윤현석6단에게 흑을 들고 네집반 차로 패배하면서 신예강호 조한승의 모습이 한결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과연 조한승은 유명한 강적 7명의 추격을 모조리 뿌리치고 도전권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카드가 후원하는 왕위전은 올해로 36년째를 맞는 전통의 명문기전. 김인9단-조훈현9단-유창혁9단-이창호9단으로 이어지는 왕위전의 역사에서 신예기사가 타이틀을 따낸 적은 한번도 없다. 서봉수9단도 단 두번 우승했을 뿐이고 하찬석8단이 자신의 전성기 때 한번 우승해 지난 36년 동안 고작 6명의 기사가 우승자 명부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조한승5단은 '전적표'에서 보듯 안영길4단· 서봉수9단에 이어 이세돌3단을 연파하고 3연승했다. 조5단은 입단 동기생인 이세돌3단에게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을 기풍 때문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조5단의 유연한 행마와 대세관·실리감각이 이3단의 강력한 파괴력과 서릿발 같은 공격력을 막아내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세돌3단은 이번 왕위전이 시작될 때만 해도 조훈현9단과 함께 쌍두마차로 꼽혔으나 조5단에게 패배한 뒤 목진석6단에게도 져 1승2패로 일찌감치 주저앉았다. 자력으로는 도전권 획득이 어려운 상태.

목진석6단도 올해 기성전 도전기에서 이창호9단에게 역전패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1승3패로 무너졌다.

대신 서봉수9단과 윤혁석6단은 2승1패로 선전하며 역시 2승1패를 거둔 조훈현9단과 함께 호시탐탐 선두를 엿보고 있다.

조한승5단으로선 23일 벌어질 조훈현9단과의 일전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관문이 될 것 같다. 여기서 패배하면 왕위전은 안개 속으로 변할 것이고 여기서 승리하면 4연승에다 그 다음 상대도 이현욱4단·목진석6단 등 하위권이어서 레이스가 훨씬 순탄해질 전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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