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회담 합의 무효 … 지도부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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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8시 국회 본청의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장. 이부영 당 의장이 전날 있었던 여야 지도부 4인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회담 결과에 불만이 큰 일부 의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역량이 부족해 협상에서 바라는 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족하다고 지적하면 달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총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의례적인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이 의장은 모두(冒頭) 발언을 마치고, 미 2사단 방문을 위해 먼저 자리를 뜨려 했다. 이때 몇몇 의원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임종인 의원은 "당의 진로를 논의해야 하는데 어디를 가느냐"고 쏘아붙였다. 이광철 의원도 "동의한다"고 했다. 김형주 의원은 "당이 망하는데 가야 합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의총이 열리기 전에도 의원들은 기자들 앞에서 당 지도부를 야유했다. 유시민 의원은 "지금 상황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고 했고, 이광철 의원은 "한나라당과 우리 당이 합당한다며"라고 했다.

당내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지도부를 겨냥해 불만을 나타내는 까닭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이른바 '4대 법안'을 일괄적으로 연내에 처리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는 지도부 인책론을 거론했다. 초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번 4인 회담의 결과는 당내의 다수결 원칙을 배제한 것이므로 무효"라면서 "지도부 등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인 유선호 의원도 "연말까지 4대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1월에 지도부에 대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선의 김태홍 의원은 "12월 31일까지 밥을 굶더라도 싸우겠다"고 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중진들과 온건파는 지도부를 옹호했다. 4대 법안 등에 대한 한나라당과의 본격 협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지금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의원은 "강경파의 주장은 시험까지 다 봤는데 공부를 다시 하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인 회담 결과에 반대하는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소속 당원 7명은 "보안법 연내 폐지"를 주장하며 영등포 당사 의장실을 점거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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