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성 교육 대책' 의미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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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22일 내놓은 '수월성 교육 종합대책'은 30년간 지속돼 온 고교 평준화 제도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재능 있는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창의적 인재를 발굴.양성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秀越性)의 조화를 통해 개인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평준화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수월성 교육은 먼저 우수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영재교육 전문교사 확보가 전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자칫 '둔재가 영재를 가르치는 형국'이 돼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평가방식이 앞으로 내신 위주 전형으로 바뀌는 대입제도와 적절하게 연계돼 이들 학생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우수학생 대상 차별화 교육 강화=교육부의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대책은 영재교육 기회 확대와 일반학교의 수월성 교육 기회 확대를 두 축으로 하고 있다.

우선 분야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르치는 영재교육기관을 확대해 2010년까지 전체 초.중.고 학생의 1%인 8만명이 혜택을 받게 할 계획이다. 영재교육 영역도 수학.과학 중심에서 예체능, 정보, 언어.창작 분야로 확대된다.

일반학교의 수월성 교육 기회 확대는 수준별 이동수업의 내실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영어.수학 교과를 수준별로 학생이 선택해 공부할 수 있는 트래킹(Tracking)제도를 전체 중.고교의 절반 학교에 도입할 계획이다.

◆ 영재교육 전문교사 확보가 관건=영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담당교사들의 자질이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의 미흡한 양성체제로는 담당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는 2010년까지 영재교육 전문교사를 현재의 5000명에서 1만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기존 교사를 직무연수를 통해 영재교육 전문교사로 활용하는 방안만으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없다.

영재교육기관과 학교의 문을 개방해 교원 자격이 없더라도 관련 분야 전문가를 영재교육 전문교사로 임용하는 등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 시간강사들을 영재교육 교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 대학 입시제도와의 연계도 중요=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에 대한 평가를 대학입시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도 교육부가 고심하는 부분이다. 내신 비중이 커지는 앞으로의 대입에서 차별화된 교육을 받은 영재 학생들이 집단 내 비교평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 대학들이 특정 분야에 탁월한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한 특기자 전형을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교육부의 복안이다. 또 동일한 과목이라도 어떤 수준을 이수했는지를 전형에서 반영할 수 있게 대학들이 전형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부 하연섭 정책보좌관은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와 함께 각 대학에 도입을 권장하고 있는 입학 사정관제가 정착되면 대학별로 영재교육 등 수월성 교육을 받은 우수 인재들을 뽑는 방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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