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파나마운하 소감에 “글쎄 말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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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도착해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베로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국 대통령의 파나마 방문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이다. 파나마의 상징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다. 한국은 이 운하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이용한다. 한국의 대파나마 교역 규모는 55억 달러(2009년)로 중남미에서 셋째로 크다. 한국의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파나마의 환영 열기는 뜨거웠다. 주요 방송사는 이 대통령의 공항 도착 장면을 생중계했고, 한국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 특별 편성됐다.

◆양국 정상 “FTA 조속 체결”=이 대통령과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정상회담 주제 역시 경제·통상 협력강화에 모아졌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 체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2004년 한·칠레 FTA 체결을 상기시키며 “파나마는 물론 더 많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FTA 체결로 교역을 증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기업인들의 체류기간 연장도 회담에서 관철시켰다. 이 대통령은 동광 개발과 디젤발전소 건설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했고, 마르티넬리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이중과세방지 협정도 조속히 체결키로 했다.

파나마를 공식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베로칼 파나마 대통령(오른쪽)의 안내로 파나마운하 갑문통로를 둘러보고 있다. [파나마시티=조문규 기자]

◆파나마운하 찾은 MB=회담 뒤 이 대통령은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파나마 운하를 찾았다. 이 대통령이 방문한 ‘파나마운하 여행자센터’는 운하의 3개 갑문 중 태평양쪽 갑문에 위치해 있다. 파나마를 찾는 외국 정상이라면 누구나 찾는 필수 코스다. 때마침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이 파나마운하의 갑문을 통과하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배가 지나가서 좋다”고 말했다. 이에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마침 한국 배가 지나갔으니 통관료를 1달러 깎아주겠다”는 농담을 해 폭소가 터졌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포기했던 이 대통령이기에 운하 방문은 관심을 끌었다. 기자들이 “운하를 본 소감이 어떠시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글쎄 말이야… 운하가 이 나라 경제에…”라는 정도의 말만 했다. 이 대통령은 통제실에서 갑문 통제 버튼을 직접 눌러보기도 했고, 방명록엔 “파나마운하 (확장)공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파나마와 세계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라고 썼다.

◆“주한미군은 남북의 전쟁 억지에 큰 역할”=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방송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주둔은 남북한 간 전쟁을 억지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동북아의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ABC방송의 한국계 앵커 주주 장이 이달 중순 청와대를 방문해 한 인터뷰다. 이 대통령은 유엔의 천안함 대북제재에 대해선 “중국과 러시아가 공정하고 객관적 입장에 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파나마시티=서승욱 기자
사진=파나마시티=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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