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세계 첫 동성결혼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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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현직 동성결혼 총리가 탄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68·사진) 아이슬란드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동성파트너인 작가 요니나 레오스토티르와 공식적으로 결혼했다. 지난 2002년부터 연인관계로 지내온 두 사람은 이날 수도 레이캬비크 시청에서 별도의 결혼식 없이 혼인증명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의 결합은 ‘결혼은 성(性)에 관계없이 두 성인의 합의에 따른 결합’으로 규정한 새 결혼 관련 법률의 효력이 이날부터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아이슬란드 의회는 지난 12일 이 같은 내용의 동성결혼 허용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동안 아이슬란드는 동성 커플 및 동거커플에게 ‘시민결합’ 형태의 준법적 지위를 부여해왔다. 총리 커플은 2002년 시민결합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새 법 발효에 따라 합법적 혼인 상태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유럽에선 아이슬란드 이외에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동성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법률은 모든 아이슬란드 국민이 환영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오늘부로 효력이 발생한 법률 덕분에 나 역시 혜택을 받게 됐다”는 말로 결혼사실을 인정했다.

남성과 결혼해 자식을 낳은 경험이 있는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는 1970년대 말 정계에 입문한 후 80년대 중반부터 사회보장 장관 등 의회와 정부의 요직을 거쳤으며, 2009년 총선에 승리하면서 아이슬란드 역사상 최초의 여성총리에 취임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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