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공정위의 '찬물 끼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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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요즘 책임지기 어려운 말을 쏟아내고 있다.

강 위원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권단이 LG그룹에 대해 출자전환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해 금융계열사와 분리된 상태인데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며 "만약 지원하게 되면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채권단, LG카드 관계자들이 LG카드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또 아직 구체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는데 기업의 잘못을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다.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말 LG카드 사태가 터졌을 때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가 정작 LG그룹이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하자 "부당 지원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현재 LG카드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상태여서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정위는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LG 출자전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관련된 문제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스스로 말을 바꾼 것이다. 기업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강 위원장의 발언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강 위원장은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해외 투기 자본의 준동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자본이 드나들 때 세금을 물리는 '토빈세'를 거론하며 이 제도를 이용하면 외국 자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고 투기성 자본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토빈세는 학계에서조차 그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은 조세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학자가 말하는 것과 정부 부처 책임자가 말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며 "기업인들은 공정위원장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김영훈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