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교육과정 개편과 전교조 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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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공익광고로 자주 매체에 등장하면서 학부모로 하여금 참교육의 길로 돌아가자고 호소하는 문구다. 실제로 학교 교육은 과도한 입시부담과 사교육 의존현상으로 제대로 된 창의와 인성교육의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왔다. 그간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학습량, 획일적인 교육내용, 주입식 교육방식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우리나라는 수학·과학 등에서 높은 학업성취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학업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은 바닥 수준이다. 현장감이 결여된 이론 중심의 반복학습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이러한 획일적인 공급자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독창성과 배려의 조화를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2009 교육과정 개편의 배경이 되었다. 정부는 학생의 지나친 학습부담은 줄이되 학습 흥미를 유발하며, 단편적 지식이해 교육이 아닌 자발적 학습능력을 기르고, 지나친 암기중심 교육에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의 변화를 개정방향으로 설정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첫째, 한 학기에 이수해야 하는 과목 수를 대폭 줄이고, 수업시수를 집중화해 비효율을 해소하기로 했다. 둘째, 체험활동을 강화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 인재양성을 학교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셋째, 기초교육은 모든 학생이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는 한편 나머지 교과에 대해서는 흥미와 적성에 따라 필요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이해관계와 의견 충돌을 극복하고 학교 현장에 착근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 치밀한 추진이 필요하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며 서명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교조는 교과서 없는 교육과정, 검토되지 않은 집중이수제, 입시교육만 강화하는 교과군별 수업시수 20% 증감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전출입 학생의 학습 결손 및 중복은 학습권 침해며 집중이수제는 학생의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학교의 특성화는 교육과정의 파행을 불러오는 비입시교과 축소, 국·영·수 중심 교육과정으로 편성될 것이라는 문제 제기다.

전교조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정책당국이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 사항이다. 이를 이유로 교육과정 개편 시행을 중단하라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건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정부의 개편 취지가 타당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이 현장의 축적된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과정 개편은 절대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민주적인 다원 사회의 기본인 소통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실의 기반 위에서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