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전파 이야기] 무선기기 종류 늘어 전파 자원도 고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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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다음은 전파 관련 유머의 한 대목이다.

"방송국 하나 신규로 허가 내줄 수 있습니까?"

오래 전에 한 정부부처 장관이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 그 직원은 "주파수가 없어서 곤란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장관은 "청계천에서 사오면 되지 않습니까." 그 당시 "청계천에서는 비행기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없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장관은 주파수도 청계천에서 사올 수 있지 않으냐는 반문이었던 것이다.주파수는 전파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한다.

전파는 물건처럼 사올 수도, 붕어빵처럼 찍어낼 수 없다. 아주 유한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똑같은 전파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파는 인류가 공유해야할 소중한 자산이다. TV를 예를 들어보자.지상파 방송이라고 하는 KBS1 채널이 사용하는 전파는 서울의 경우 남산 송신탑에서 각 가정으로 퍼져나간다. 이 전파는 서울 시내에서 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최소한 KBS1 전파가 퍼져나가 도달하는 지역까지는 그렇다.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물결과 비슷한 원리로 전파를 설명할 수 있다.돌을 던지는 지점은 물결이 처음 생기기 시작한 곳으로, 전파가 퍼져나가는 남산 송신탑에 해당한다.물결은 전파가 퍼져나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물결이 한참 퍼져나가는데 거기에 또 다른 돌을 던지면 원래 생겼던 물결이 헝클어진다.전파도 마찬가지다. KBS1이 사용하는 전파가 퍼져나가는 지역에서 같은 전파를 누군가가 사용하면 전파가 헝클어진다. 이를 혼신이라고 한다. 혼신이 심하면 TV 영상이 찌그러지거나 심한 잡음이 생기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동일한 전파는 그 전파가 미치는 지역에서는 동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전파가 유한하다고 하는 이유다. 만약 일본이나 중국에서 엄청나게 세게 전파를 우리나라에 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 전파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런 전파 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 가고 있다. 전파를 사용하는 무선기기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다.지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더 높거나 더 낮은 전파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인석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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