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장수지역이 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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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장수인 지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엔 호남.제주지역에 편중됐으나 요즘은 전국적인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단명지역이던 강원도가 최근 들어 새로운 장수 마을로 떠올랐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한국 장수지역의 특성' 세미나에서 밝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서울대의대 박상철 교수는 "국내 장수지역은 과거 남해안.제주도 등 특정 지역에 편재돼 있었으나 이제는 소백.노령산맥을 중심으로 한 중산간지역으로 확대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또 "아직도 여성 장수인은 전남.제주에 많이 살고 있지만 남성 장수인의 비율은 강원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이정재 교수도 "1990년에 비추어 시간이 갈수록 지역간 장수도의 편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00년 이후 백두대간의 큰 축을 따라 장수지역이 분포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의 장수는 보건.의료 수준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보건.의료 혜택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미치면서 그동안 장수 요인으로 부각됐던 사회적.경제적 요인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었다. 대신 적당한 고도와 기온 등 환경적 요인이 장수를 좌우하게 됐다.

세미나에서 이 교수는 "고도.기온이 적당한 장수마을(10만명당 100세인 7명 이상)로 강원도의 양양군.화천군.고성군.강릉시.횡성군.인제군.홍천군 등"을 꼽았다.

세미나에선 강원도의 장수마을 사례가 거론돼 흥미를 끌었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한경혜 교수는 "원주에서 가까운 장수마을의 경우 마을 중앙부는 평야이고, 뒤쪽으론 산이 있다"며 "마을 주민 19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71명"이라고 전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로 논농사와 담배농사에 종사하는데, 다른 마을에 비해 경제적 형편이 좋은 편이다.

한교수는 강원 지역 장수 노인과 호남 지역 장수 노인은 일상의 모습, 특히 주민 상호간에 어울리는 정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빈도와 마을회관 구성원 수에 있어서 강원 지역 노인은 호남 지역 노인보다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이는 호남 지역 노인은 농사일을 주로 하므로 농번기라도 짬짬히 서로 교류를 하는데 비해 강원 지역 노인은 마을 밖으로 일하러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부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데 따른 차이라고 분석됐다.

한교수는 "농촌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경제적 빈곤이라는 점에서 볼 때, 강원 지역 노인이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측면이 크다"며 "그러나 한편으론 마을 노인간 서로 친숙해질 기회 상실이라는 비용을 치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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