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면 사지마" 배짱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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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기도 용인 죽전·수지, 파주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올라 수요자들이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눈 돌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달리 수도권에선 아직 과다 분양가에 대해 규제가 없는 틈을 이용, 주택업체들이 슬그머니 분양가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의 웬만한 지역 아파트 분양가보다 더 비싼 경우도 나오고 있다. 업체들은 원가가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주택업체들이 적정이윤 개념없이 분양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고무줄 분양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LG건설이 이달 초 용인 신봉리에서 내놓은 신LG빌리지2차 32평형 분양가는 1억9천8백90만원으로 지난해 6월 1차 분양 때 같은 평형보다 2천여만원이나 비싸다. LG건설과 시행사는 "땅값 등 원가 상승으로 분양가를 올리는 게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풍림산업이 인천시 당하구획정리지구에서 이달말 분양하는 33평형 분양가는 1억3천4백만원으로 지난해 2월 이곳에서 내놓은 같은 평형보다 6백만원 올랐다. 풍림측은 "두 단지의 경우 땅을 산 시기가 달라 땅값에서 차이가 나고, 최근 들어 인건비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이 22일 용인 죽전지구에서 분양하는 아이파크 39~51평형 3백74가구는 분양가가 평당 평균 7백30만원선으로 지난 2일과 6일 같은 지구에서 나온 대우드림월드(45평형·1백42가구)·현대홈타운(46평형·1백20가구)보다 평당 50만원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측은 "마감재를 고급화했고 중도금 무이자에 따른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0월 죽전지구에서 분양한 포스홈타운 1·2차 39~79평형 1천37가구는 평당 분양가가 6백99만~8백만원으로 같은 시기 분양했던 다른 아파트에 비해 많이 높다. 당시 이 지역에서 나온 다른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6백80만원선이었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서울의 웬만한 곳보다 비싸졌다. 이달 초 서울 4차 동시분양에 나온 강북·강서권 아파트는 평당 5백50만~6백10만원이면 충분히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 죽전지구에서는 이보다 평당 50만~1백만원이나 더 부담해야 한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1998년 평당 평균 3백59만원이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올 5월 현재 5백9만원으로 41.7%나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강북권 상승률(39%,4백67만원→6백51만원)보다 높다. 특히 최근에 아파트가 많이 분양된 용인 수지읍은 4년 동안 무려 73.8%나 올라 서울 강남지역 상승률을 앞질렀다.

<그래프 참조>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서울 아파트값 급등이 업체들의 고분양가 정책에 상당부분 기인하는 만큼 원칙없는 분양가 산정이 수도권 주택시장에도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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