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대표·민정계 최고위원 6人 앙금 '이회창 지원'손발 맞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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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의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서청원(徐淸源)대표' 체제가 14일 닻을 올렸다. 한나라당은 이 체제로 대선에 나선다.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아직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더구나 당내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5·10 전당대회에서 7명의 최고위원이 선출된 지 나흘 만에야 대표를 결정했다.

하순봉(河舜鳳)최고위원이 "경선결과가 지극히 유감스럽다"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대표를 노렸던 강재섭(姜在涉)·박희태(朴熺太)최고위원도 비슷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경선후유증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후보측이 徐대표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 최고위원 경선 때 표를 몰아줬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후보는 13일 직접 해명을 해야 했다. 河위원은 徐대표가 선출된 뒤 "대선지원 체제인 만큼 모든 게 후보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徐대표의 지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렸다.

徐대표 자신이 취임 일성으로 "나는 양보하는 사람이다. 당력을 후보에게 집중할 것이며, 당과 후보가 따로 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당내 기류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 것이어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하건 실패하건 내년부터 한나라당은 '이회창 없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를 대비한 힘겨루기가 지도부 사이에서 치열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최고위원 합의제로 운영되는 만큼 徐대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도 별로 없다.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민주계인 徐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민정계다. 당운영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대선에 나선 후보가 타격을 받게 된다. 徐대표는 1997년 대선 때 '반(反)이회창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 범민주계 중심의 '정발협'(정치발전협의회)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徐대표는 내부 분란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일단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 대한 강공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주당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주당 어느 누구와도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5월 국회에서 김대중 대통령 세 아들 비리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와 TV청문회 실시, 특검제 도입 등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각오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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