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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산수인물 명품전' 정선·김홍도등 100選 걸작으로 본 조선회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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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강변의 모래톱과 버드나무, 관악산은 겸재 정선의 전통적인 진경산수화풍으로 묘사하고 중심의 절벽은 단원 김홍도의 산수화풍을 받아들여 가볍고 정취있게 묘사했다.

정자의 풍류객뿐 아니라 한강변의 군선과 상선, 절벽 물가에서 방망이를 두드리며 빨래하는 아낙네들까지 그려넣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중엔 '야금모행(夜禁冒行:야간 통행금지를 무릅쓰고 가다)'이 특히 재미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한양의 통금 시간인 오후 8시~오전 4시에 일반인이 돌아다니다 잡히면 곤장 10대를 맞게 된다.

그림은 순라군에게 검문을 당한 양반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자신은 신분이 높아 끌려가지는 않겠지만 동행한 기생은 그렇지 않다. 점잖은 체면에 어울리지 않게 양반은 머리의 갓테를 숙여 사과한다. 무예청 소속인지 복색이 화려한 순라군은 기세가 등등하다.

믿는 구석이 있는 기생은 허리에 손을 얹고 보란듯이 담배를 피워댄다. 등불을 들고 앞장선 동자는 순라군을 시시하다는 듯 쳐다본다.

19일~6월 2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여는 '간송 40주기 기념 산수인물 명품전'출품작들이다.

간송은 호암미술관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사립미술관.특히 회화에 강점을 보이는 간송에서 조선시대 명화 1백여점을 대거 내보이는 뜻깊은 전시다. 정선·김홍도·신윤복을 비롯, 이상좌·김시·윤두서·조영석·심사정 등 한국 회화사의 중요 인물들이 그린 대표작을 망라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국보 1백35호'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위에서 소개한'야금모행'은 여기에 포함된 8폭 중 한점이다.

함께 출품한 정선의'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은 국보나 보물지정을 신청하지 않았을 뿐 그 가치는 '혜원전신첩'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교명승첩' 중에선 3백여년 전 서울 근교의 명승을 그린 회화 14점을, '해악전신첩'중에선 정선의 노년기 금강산 그림 중 대표작 12점을 각각 출품한다.

작가가 안견으로 확실시되는 국내 유일의 그림'사립독조(蓑笠獨釣)'도 눈길을 끈다 (교과서에 나오는 '몽유도원도'는 일본의 텐리대학이 소장하고 있다). 서화와 전각의 대가 오세창이 수집한 조선시대 화첩 '근역화휘'제1권에 작가를 안견으로 명기해 넣은 작품이다.

큰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은 채 오른 손은 낚싯대를 쥐고 왼손은 턱을 괴어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인물을 담고 있는데 얼굴 표정과 손 모습의 섬세한 표현이 빼어나다.

최완수 연구실장은 "조선 전기에는 중국풍의 산수화와 인물이 그려지다가 조선성리학이 정립된 후기에는 우리의 고유한 진경 산수화와 풍속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이같은 회화사의 흐름을 명품을 통해 실제 느껴볼 수 있도록 한 기획"이라고 밝혔다.02-762-0442.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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