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워크아웃 주식 사전 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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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발표 직전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꼽힌 벽산건설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우리은행은 벽산건설의 주채권은행이다. 이 때문에 사전에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판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자체 증권업무지침에 따라 벽산건설의 주가가 장부가 대비 35%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손절매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우리은행은 벽산건설 주식 147만5689주(5.38%)를 모두 장내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평균 매도가는 1348원으로 총 매도금액은 19억8900만원이다. 은행 측은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주식으로, 본사 증권업무지침에 따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매각 시점은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13영업일 동안이다. 채권은행들은 25일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발표했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대상을 발표하기 직전에 주채권은행이 대상 기업의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은 사전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 증권업무지침에 따라 주가가 장부가 대비 한 번이라도 35% 이상 하락하면 손절매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벽산건설의 장부가는 주당 2690원으로, 우리은행은 총 39억6900만원어치를 보유했다. 우리은행은 장부가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이달 8일부터 하루 거래량의 30% 이내에서 꾸준히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벽산건설 주식 매각으로 19억8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서 “이번 매각은 25일 발표한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 결과와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상장사 11곳, C등급 판정 공시=남광토건과 성원파이프 등 상장사 11곳은 채권은행 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날 조회공시한 기업은 중앙디자인과 네오세미테크, 재영솔루텍, 엠비성산, 벽산건설, 한일건설, 미주제강, 중앙건설, 톰보이 등이다.

이들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주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C등급)’으로 분류됐음을 통보받았다”며 “워크아웃 추진과 관련해 주채권은행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톰보이와 엠비성산, 네오세미테크 등은 진행 사항을 한 달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또 미주제강과 성원파이프는 “현재는 워크아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등급 판정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윤·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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