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중기… '협업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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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다이렉트 메일(DM) 마케팅 업체를 수년간 운영해 온 Y사장(42)은 지난해 말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아이디어 하나를 짜냈다. 1만명이면 1만명, 10만명이면 10만명의 고객에게 조금씩이나마 다른 내용의 '맞춤 판촉물'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단 제작 단가를 그다지 올리지 않고 이를 가능케 할 방도를 찾지 못하다 올 초 한 중견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를 만나 고민을 해결했다. 지난 9월 D증권사와 이런 방식의 판촉물 서비스 계약을 한 데 이어 이달부터 국내 굴지의 백화점 고객 30만명에게 DM을 보내는 일감을 따냈다.

이처럼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진 중소업체의 장기를 한데 모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협업 네트워크' 운동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한국ICMS협회라는 사단법인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 협회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지 반년도 안 됐는데 이미 27개의 컨소시엄 골격을 만들어냈다. ICMS(Integrated Contract Manufacturing & Service)란 다른 업종 기업들끼리 단일 사업 아이템을 목표로 뭉쳐 연구개발.생산.판매.유통 등의 역할을 나눠 맡는 것을 가리킨다. 이미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

위성방송수신기를 만드는 마이크로페이스는 광일전자 등 부품업체와 손잡고 자사의 취약 부문인 일부 부품의 품질 문제를 해결했다. 대인모비닉스 등 6개사 컨소시엄은 최근 일본 게임기 업체에 액정 모니터 1000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했다.

<표 참조>

이 협회의 구성모 사업본부장은 "내수 침체와 중국기업의 추격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우리 중소기업들이 특기를 살려 생존할 길은 '공동협력'뿐"이라고 말했다. 협회 설립 1년 만에 회원업체는 780여개사로 불었다. 중소기업청은 이업종 교류나 아웃소싱 같은 종전의 협업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점을 눈여겨보고 이런 활동에 자금을 배정하거나 협업인증서를 발급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강구 중이다.

중기청의 양희봉 사무관은 "핵심역량을 갖춘 강소(强小) 업체들이 대등하게 모여 지속적인 벤처 소(小)생태계를 이룬다는 점에서 컨소시엄이 중견 대기업 수준의 파워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역할 분담이나 과실 배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이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매뉴얼을 잘 만들어내는 게 과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홍승일 기자

다이렉트 메일(DM) 마케팅 업체를 수년간 운영해 온 Y사장(42)은 지난해 말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아이디어 하나를 짜냈다. 1만명이면 1만명, 10만명이면 10만명의 고객에게 조금씩이나마 다른 내용의 '맞춤 판촉물'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단 제작 단가를 그다지 올리지 않고 이를 가능케 할 방도를 찾지 못하다 올 초 한 중견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를 만나 고민을 해결했다. 지난 9월 D증권사와 이런 방식의 판촉물 서비스 계약을 한 데 이어 이달부터 국내 굴지의 백화점 고객 30만명에게 DM을 보내는 일감을 따냈다.

이처럼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진 중소업체의 장기를 한데 모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협업 네트워크' 운동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한국ICMS협회라는 사단법인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 협회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지 반년도 안 됐는데 이미 27개의 컨소시엄 골격을 만들어냈다. ICMS(Integrated Contract Manufacturing & Service)란 다른 업종 기업들끼리 단일 사업 아이템을 목표로 뭉쳐 연구개발.생산.판매.유통 등의 역할을 나눠 맡는 것을 가리킨다. 이미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

위성방송수신기를 만드는 마이크로페이스는 광일전자 등 부품업체와 손잡고 자사의 취약 부문인 일부 부품의 품질 문제를 해결했다. 대인모비닉스 등 6개사 컨소시엄은 최근 일본 게임기 업체에 액정 모니터 1000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했다.

<표 참조>

이 협회의 구성모 사업본부장은 "내수 침체와 중국기업의 추격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우리 중소기업들이 특기를 살려 생존할 길은 '공동협력'뿐"이라고 말했다. 협회 설립 1년 만에 회원업체는 780여개사로 불었다. 중소기업청은 이업종 교류나 아웃소싱 같은 종전의 협업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점을 눈여겨보고 이런 활동에 자금을 배정하거나 협업인증서를 발급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강구 중이다.

중기청의 양희봉 사무관은 "핵심역량을 갖춘 강소(强小) 업체들이 대등하게 모여 지속적인 벤처 소(小)생태계를 이룬다는 점에서 컨소시엄이 중견 대기업 수준의 파워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역할 분담이나 과실 배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이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매뉴얼을 잘 만들어내는 게 과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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