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의 거인' 김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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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인터뷰 전 김춘수 (사진)시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책 제목이,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꼭 내 시를 모아 놓은 것 같은 데 오해 좀 없게 해 주시오."

-책을 보면 이번 사화집이 '연래의 숙원'이라고 돼 있던데요.

"아주 오래 전부터 사화집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월간지 『현대문학』 이 연재를 청탁했지요. 연재기간은 1년이지만 준비는 한참 전부터지요."

-글도 그렇지만, 높은 연세에도 정정하십니다.

"요가도 하고 하루에 한 시간씩 산책을 하죠. 그 외 시간엔 시 쓰고 책을 읽는 게 일과죠."(요가할 때 그의 몸은 젊은이 이상으로 유연하다는 소문이 문단에 나 있을 정도다.)

-요즘 시집들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처리하기 곤란할 정도로 많은 시집이 내게 옵니다. 반가울 때도 있지만, 종이를 낭비한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더 많지요."

-책에 실린 시인을 다시 추리신다면 어떨까요.

"1920년대 소월, 30년대 지용과 미당, 그리고 해방 후 김수영이 한국 시의 새로움을 준 시인들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그런 국민 시인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당분간 어려울 겁니다. 시가 주류가 되는 게 불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죠. 중심이 없다는 건 세계사적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시인에게 불행한 시대란 뜻은 아니죠. 엘리어트는 이미 20년대에 '신념이 무너진 시대에 시를 쓰기 가장 좋다'고 말한 바를 상기해 봅시다."

-시 비평의 현재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시집 뒤의 시 해설의 경우 안 좋은 게 너무 많아요. 시 해독을 방해한다고 할까요? 혹시 발문이라면 모를까 싶은 거죠."

-젊은 시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을 겁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은 '시란 무엇이다'라는 자의식이 너무 두드러집니다. 요즘 시인은 비평가를 겸하곤 하는데 시에 대한 정의가 먼저다 보니 에콜 지향의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이 책에 박노해씨의 '노동의 새벽'도 포함돼 있어 흥미롭습니다.

"글쎄, 박노해는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시인이죠. 시적 경향별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집어넣었죠."

글=우상균,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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