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만화가 : 이야기·그림으로 '상상의 나래'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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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 2명이 국민 만화가라 불릴 만큼 유명한 만화 '둘리'의 작가 김수정(52)선생님을 만났어요. 둘리 만화에 등장하는 가수 '마이콜'처럼 곱슬머리를 길게 기른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고 예술가의 분위기가 풍겼어요. 만화가가 되고 싶은 우리를 위해 선생님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답니다.

Q:축산과를 졸업하셨던데 어떻게 만화가가 되셨나요.

A:전공과는 큰 상관이 없어요. 만화 관련 학과가 생긴 지는 채 10년이 안된 데다 당시엔 미술대학도 거의 없었거든요. 여섯살 때 처음으로 만화를 보고 난 뒤 만화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독학으로 만화를 익혔죠.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해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덕분에 독자적인 만화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Q:한국 만화가 일본 만화보다 뒤떨어지는 이유는 뭔가요.

A:우선 일본의 만화가는 1천5백~2천여명이지만 우리나라는 5백명뿐이라 수에서 뒤지죠. 요즘에는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의 한국 사회는 만화를 무척 '탄압'했어요. 어린이날이면 '불량 만화'를 선정해 불태웠고, 만화 심의도 있었지요. 일본은 만화를 탄압한 역사가 거의 없답니다. 일본의 만화가들이 '무엇을 그릴까'를 고민할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심의에 안 걸릴까'를 고민했어요. 그렇게 지내온 수십년 동안 일본 만화가 앞서게 된거죠.

Q:만화를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만화는 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겁니다. 만화는 미술(그림)과 문학(이야기), 연출(극적으로 표현하기)이 결합된 작은 종합예술이지요. 만화를 잘 그리려면 등장인물의 생각을 이해해 잘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러려면 사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지요.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를 보면 '내가 저 고양이라면…'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나서 만화로 표현해 보는 거지요. 독서 등을 통해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해요.

Q:만화 학원에 다니거나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나요.

A: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곳을 거쳐야만 훌륭한 만화가가 되는 건 아니랍니다. 많이 생각하고, 보고, 그리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Q:만화가가 되면 가난하게 산다고 하던데요.

A:예전에는 그랬죠. 배가 고파도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어요. 어느 틈엔가 내가 그린 만화가 돈으로 나타나더군요. 돈을 많이 벌려고 소위 '잘 나가는'만화와 유사하게 그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열정을 갖고 노력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다 보면 경제적인 결과도 자연히 뒤따라오게 됩니다.

이예빈·이정민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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