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제대로 입어야 멋진 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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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캐주얼 복장으로 근무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남성들의 캐주얼 차림이 늘었다. 일부 회사에서는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해 양복 대신 평상복을 입게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남자들의 캐주얼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교복에서 군복·양복으로 이어지는 제복 문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는 색깔의 상하의, T·P·O(시간·장소·상황)에 어긋나는 옷 입기, 우스꽝스러운 신발과 벨트의 조합조차 그리 낯설지 않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 옥션'의 이학준(38)상무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는다고 해서 캐주얼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옷은 그 사람의 언어이며 자기 표현"이라는 게 그의 지론. 최근 그는 헤어스타일까지 대폭 손질해 이미지 변신을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약간의 염색과 속칭 '2대8가르마'를 없앤 스포티한 짧은 머리다. 그는 "주변에서 젊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다국적 제약회사 MSD 코리아의 김호(35)차장도 "캐주얼에는 내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클래식한 스타일을 즐기는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베이지색 면바지다. 그는 베이지색 면바지를 여섯종류나 갖춰 놓고 상의의 색깔과 맞춰 입는다. 베이지색이나 아이보리색은 상의의 색상에 상관없이 무난하게 어울리는 색깔. 외국 출장이 잦은 그는 "영국이나 파리 등 패션 선진국의 경우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도 나름의 패션 스타일을 갖고 있다"며 "남성들도 자신의 개성과 체형에 알맞은 옷들을 스스로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ING 보험의 이상기(44)부사장은 "40대에 들어선 남자들은 체형을 커버할 수 있는 옷을 입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쩔 수 없이 배가 나오는 40대에겐 허리가 조이는 점퍼 스타일보다 허리선이 가려지는 사파리가 낫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균형도 중요하다. 캐주얼 상의에 양복 바지를 입는 건 균형이 안맞는다. 구두도 마찬가지. 캐주얼 바지에 양복 정장용 구두 대신 스니커즈나 로퍼를 신는 건 기본이다.

이부사장은 "여성들처럼 유행을 좇을 필요가 없는 남성들의 옷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깨끗함"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옷보다 헤어스타일이나 구두·가방 등 소품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조언한 캐주얼 입기 기본 가이드.

▶체크 셔츠를 입을 땐 바지는 단색으로=체크 셔츠에 바지까지 체크 무늬를 선택하면 상대방에게 경박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체크 셔츠의 바지 색상은 체크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세련돼 보인다.

▶상의는 화사하게 연출해야=상의에 너무 짙은 색을 입으면 무거워 보인다. 연한 파란색이나 아이보리 색 등 밝은 색상을 입는 편이 경쾌해 보인다. 소재도 두터운 것보다 얇은 조직의 면 혼방이나 니트가 밝은 색상과 어울린다.

▶가죽 소재인 벨트·구두·가방 색상은 통일시킨다=액세서리의 색상 통일은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캐주얼 입기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일단 따라해 볼 만한다.

▶캐주얼 바지엔 비슷한 색상의 양말을=베이지색 면바지에 검정색 정장용 양말을 신는 건 안어울린다. 바지의 색깔과 비슷한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과감한 파스텔 색조로 포인트를=남성복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중충하고 가라앉은 색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파란색·주황색·분홍색 등을 이용해 밝은 이미지를 연출해 보자.

▶배 나온 체형은 몸에 붙는 티셔츠 피해야=배 나온 아저씨가 몸에 딱 붙는 티셔츠를 입는 건 보는 사람 쪽이 불편하다. 점점 더워지는 요즘 가벼운 라운드 면 티셔츠를 입었다면 얇은 반팔 남방을 내 입어서 체형을 커버하는 게 좋다.

▶조끼를 입을 땐 색상의 조화가 중요=조끼를 입을 땐 셔츠와 톤 온 톤(비슷한 색상으로 매치하는 것)으로 입는 게 좋다. 조끼의 색깔이 너무 튀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박혜민 기자

◇도움말 주신 분='송지오 옴므' 디자이너 송지오, '갤럭시' 디자이너 손명심, '헤지스' 디자이너 이종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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