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새 권력구도] 盧-韓체제 전망 쇄신파·동교동 신파 '新주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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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내부의 권력지형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武鉉)후보를 지지했던 쇄신파는 신주류로 변신하면서 당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동교동계는 권노갑(權甲) 전 고문의 구속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탈당 등이 이어지면서 급속히 쇠락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수십년간 좌우했던 양대 계보인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대선후보와 당대표 분리, 집단 지도체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의 새 정치실험과 당 내부의 권력지형 변화를 집중 해부한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최대 당면과제는 하루빨리 당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호남당의 영남후보'인 후보는 2000년 4·13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의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풍(風·노무현 바람)'이 불기 전까지 후보를 공개지지한 것은 천정배 의원뿐이었다.

후보의 측근은 "12월 대선을 위해선 후보와 의원들간의 일체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후보가 국회 상임위별로 의원들과 만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한화갑 대표 체제가 들어섬에 따라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후보의 약점은 부분적으로 보완됐다는 평가도 있다.

韓대표는 당의 뿌리인 동교동계 출신인 데다 쇄신파 의원들과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韓체제는 잠재적으론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측의 이재정(在禎)의원은 8일 "민주당은 '-韓체제'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라고 강조했다. 의원은 "당은 특정인 중심으로 운영돼선 안되며 재정과 인사, 논의의 투명화를 통해 민주적 정당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韓대표의 독주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견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가 현실적으로는 韓대표에 의존할 부분이 많지만 일방적으로 기댈 경우의 부담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후보측 유종필(鍾珌)공보특보는 "후보는 앞으로 당과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당에 너무 매몰되면 후보 고유의 색깔이 흐려지고, 당과 너무 떨어지면 대선에서 당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새로 실험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앞으로 대선 정국에서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구주류 중심인 '중도개혁포럼'의 대변인이던 박병석(朴炳錫)의원은 "민주당은 '후보-韓대표-정균환 총무의 3각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탈당한 이상 청와대나 행정부는 당 대표보다는 국회에 부탁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鄭총무는 중도개혁포럼의 회장이고 대선후보 경선 때는 후보·韓대표와는 갈등 관계에 있었다.

이에 대해 신계륜(申溪輪)의원은 "당을 지켜온 중심세력(구주류)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자칫하면 당 내부갈등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상천(朴相千)·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이 8일 오후 후보와 의원들간의 상견례를 겸한 의원총회에 불참하는 등 후보·韓대표와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로선 어떻게든 감싸안아야 할 대상들이다.

이인제(仁濟)·김근태·김중권(金重權)전 고문 등 후보 경선 때의 경쟁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후보의 과제다.

의원의 한 측근은 "후보와는 같은 길을 가기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의원은 다음주께 출국할 것으로 알려진다. 지구당 위원장직까지 사퇴한 金전고문은 8일 일본으로 출국했으며 그의 측근도 "당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말했다. 또 당직 인선 등에서 배려받지 못한 김근태 의원측도 서운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6월 지방선거에서 -韓체제가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집단지도체제의 향배, 탈락한 경선주자들의 거취 등이 모두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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