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정계진출' -YS 교감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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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YS)전 대통령이 김대중(DJ)대통령에 대한 독설을 그치지 않고 있는 데는 현 정권 초기 YS의 차남 현철(賢哲·얼굴)씨에 대한 사면 복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불쾌감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YS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것도 전총재가 현철씨 문제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물론 이들의 관계가 꼬여 있는 것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현철씨 문제도 핵심요인 중 하나라는 의미다.

그런 배경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YS와의 사이에 현철씨 문제가 협의됐을 것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후보가 DJ를 방문한 다음날 YS를 찾아 부산시장 후보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였다면 뭔가 물밑 접촉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 접촉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현철씨의 정계 진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런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7일 "사전조율 없이 후보가 YS를 만날 수 있겠느냐. 후보의 참모와 현철씨 측근이 미리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가 현철씨의 정치재개를 돕는 문제는 이미 양측간에 얘기가 끝났다"고도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회동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좀 됐다. 구체적인 것은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YS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뒤 후보 캠프로 옮겨 부산지역에서 활동 중인 P씨도 현철씨의 측근 C씨와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P씨는 일단 "C씨와 자주 만났지만 개인 친분 때문에 만난 것이며, 후보와 현철씨를 이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후보는 현철씨가 한보사태로 곤경에 처했던 1997년 '현철씨와 한보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고 말해 후보와 현철씨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후보의 다른 측근은 "현철씨 정계진출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 정리된 것은 사실"이라며 "단 후보는 현철씨가 12월 대선 이후인 2004년 총선 때 정계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후보도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YS가 현철씨의 정계진출에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YS와 만나면 작은 인간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결코 외면할 일은 아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했었다.

지난 3일 고향인 경남 진영을 방문했을 때에는 현철씨 문제에 대해 "주된 문제가 아니고 부차적인 일"이라면서 "나중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분명한 답은 하지 않았다.

물론 접촉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있다.

후보의 부산후원회장인 신상우(辛相佑)전 국회부의장은 "후보측은 현철씨 쪽과 거리를 두고 있다"며 "설령 참모들끼리 접촉했더라도 밑에 따라다니는 사람들끼리 만난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들로서는 현철씨 문제가 목에 가시다. 이들이 YS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과 현철씨의 정계진출에 대한 비판여론 사이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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