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어떻게 받아야 성적 오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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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영(39·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는 지난해 3월부터 명문대 재학생에게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영·수 과외를 맡겼다. 하지만 올해 초 과외를 그만두고 다시 학원에 등록했다. 최씨는 “성적은 계속 제자리 걸음이었고 과외로 아이가 뭘 얻어야 할 지, 부모가 뭘 도와야 할 지 몰라 헤매기만 했다”고 말했다. 방학을 앞두고 벌써부터 좋은 과외교사가 어디 없나 찾는 부모들이 많다. 과외, 어떻게 활용해야 공부의 보약이 될까.

하위권은 과외보다 학원이 더 적합

 교육 전문가들은 과외를 학원처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학원처럼 1단원부터 진도를 나가는 식의 과외수업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는 “상위권 학생은 자신이 부족한 단원만 뽑아 과외를 받고, 중위권 학생은 모르는 부분을 계속 반복해 중복 설명해주는 방식의 과외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상위권 학생은 수학의 3·6·9단원을 골라 배우고, 중위권 학생은 같은 공부시간 동안 3단원만 계속 반복해 학습하는 식이다.

 하위권 학생은 과외보다 학원을 다니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조 대표는 “하위권 학생은 이해력이 부족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학원에서 들을 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부의 빈 틈을 메우는 것이 목표인 과외보다 장시간의 학원수업으로 기본역량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기본개념을 잡은 뒤엔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며 모르는 부분을 빨리 이해하고 넘어가면 성적이 급속히 향상될 수 있다.
 
대학측 소개로 과외교사 소개받기도

 과외교사를 구하는 방법에도 장단점이 있다. 인터넷 과외 사이트는 손쉽게 원하는 과외교사의 프로필과 자기소개서를 검색해 빨리 소개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신청자가 허위로 학벌을 기재해도 검증이 어렵고 과외 성사 후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받기 어렵다. 이주희(24·고려대 영문학과 4년)씨는 “전혀 모르는 학생을 과외교사로 채용할 경우엔 어떤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지, 방학기간엔 어떤 계획이 있는지 꼼꼼히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학 방송반이나 학생회 같은 활동을 하다보면 잦은 미팅과 대형 프로젝트 작업으로 꾸준히 과외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는 “책임감이 부족한 일부 대학생의 경우, 한 달 뒤 해외로 교환학생을 떠날 것이 확정됐는데도 용돈벌이 수단으로 무작정 과외를 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분이 확실한 과외교사를 원한다면 대학을 통해 구하는 방법도 있다. 각 대학의 취업정보센터에 연락하면 해당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을 직접 소개받을 수 있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이규빈 부직알선담당자는 “학부모가 전화로 신청하면 원하는 과목과 거주지역을 고려해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학생을 선별·추천한다”며 “과외가 성사되면 학부모와 과외교사간 서약서를 주고받게 해 사후관리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적사항 외 추가정보가 거의 없어 전공·지역 외에 과외교사의 경력이나 교수방법은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시범과외로 성실성 파악…시간약속 강조해야

 과외교사를 선택할 때 시범과외는 중요한 평가수단이다. 자녀의 테스트를 부탁한 뒤 과외교사가 준비해오는 자료와 설명을 바탕으로 성실도를 짐작할 수 있다. 비영리 과외단체 ‘이루미’의 김도균(23·건국대 교육공학과 2년) 대표는 “아무리 명문대를 다니는 과외교사라도 과외수업시간의 2배 이상을 미리 준비해야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다”며 “준비해 온 자료에 꼼꼼하게 필기가 돼 있는지, 학생의 수준에 맞춘 향후 학습계획은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학부모가 학습현황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과외교사에게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가 과외시간을 변경해야 할 때는 학생이 아니라 반드시 학부모에게 연락하도록 말해둔다. 김씨는 “과외교사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도상황을 물어보고 상담하라”며 “학생과 과외교사 양쪽 모두 적당히 긴장할 때 가장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시범수업에선 과외교사가 미리 자료를 꼼꼼히 준비했는지 살펴보세요.” 김도균씨가 과외교사 선택시 주의사항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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