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알아야 하는 대입 수시컨설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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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 수험생들은 이맘때쯤부터 수시 준비를 위해 입시 컨설팅 기관을 찾는다. 그런데 준비 없이 무작정 찾아간다면 제대로 된 수시 전략을 짤 수 없다. 입시 상담 전문가들은 “추상적이고 무리한 바람보단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시 컨설팅에 대해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와 준비 사항들을 알아봤다.

#1 - A 학생의 6월 모의평가 평균 등급은 4.5등급. 내신 평균도 비슷했다. 그러나 A 학생의 학부모는 “수능에선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컨설턴트에게 “서울중위권 대학 선의 상향지원 전략을 짜 달라”고 요구했다. 컨설턴트는 “무조건적인 상향지원은 금물”이라며 “현실적인 등급 상향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나 학부모의 요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2 - B 학생은 특정 분야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은 주요과목 평균 5.5등급 이었고 생활기록부엔 장관상과 연계된 비교과활동이 적었다. 교과성적 부진을 설명할 만한 근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B 학생의 학부모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서울권 내 대학 진학을 고집했다. 컨설턴트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취지와 실제 입학사례를 중심으로 학부모를 설득하는데만 컨설팅 시간 1시간을 모두 쓸 수 밖에 없었다.
 
 입시 컨설턴트들이 꼽는 잘못된 수시모집 지원전략 컨설팅의 대표적 사례다. 수시모집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한 지원전략을 짜달라고 원하거나 특정 전형에 대한 오해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정시지원전략부터 방향 잡아야

 비상에듀 이치우 평가연구실 실장은 “수능 대박 신화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수시모집은 무조건 상향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큰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6월 모의평가보다 실제 수능에서 성적이 오른 경우에도 1.5 등급 이상 상승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수능성적 상승폭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신+수능’ 중심의 수시모집 일반전형을 고려 중인 학생들은 6월 모의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가능한 정시대학을 뽑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무료 입시 사이트도 많아 비용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정시 지원가능대학을 3~4개로 압축해 동일 지원 또는 소폭 상향지원하는 전략이 좋다. 이 실장은 “컨설팅 자리에선 이것을 기준으로 소폭 상·하향해 지원 가능선을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의 내신·수능점수를 각 대학별로 자체 변환하는 계산을 거치면 지원 가능성을 좀더 정확히 진단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이 합격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오해

 입시 컨설턴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대외수상 1~2회 정도의 경력으로 입학사정관제 또는 특별전형이 가능한 곳이 없겠냐’는 질문이다. 지원자격을 겨우 충족시킨 정도로 합격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내신·논술·면접·비교과 등 전형요소들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점수화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경우들이다. 이투스청솔 이종서 교육컨설팅 이사는 “특이 합격사례를 일반화해 잘못 이해할 때가 많다”며 “학생부와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수상·활동경력이 학생부의 교·내외 경력과 맞물려 설명돼야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평가 받을 수 있다. 오랜 기간 준비해 확실히 이 분야에서 특화된 학생이란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의 학습상황 정확히 파악해야

 “1년 동안 논술 공부를 했습니다. 논술전형에 지원 가능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가 판단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다.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어떤 교사한테 지도를 받았는지, 어느 정도 양의 독서를 했는지, 교·내외 대회에는 참가해봤는지 등 학습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수학·과학 우수자 전형처럼 특정과목에서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보여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비공식적인 활동이었더라도 노력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줄 수 있는 소재가 있는지를 찾기 위해서다.

 이 이사는 “수시 지원전략 컨설팅은 수능까지 남은 기간의 학습법과 연동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영역별 학습상황과 향후 학습계획을 파악해야 수능 점수의 상향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영역별 준비,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준비 정도를 정확히 체크해 컨설턴트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설명] 지난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직후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수시모집 입시전략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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